김치국과 '자치도'

2004-11-04     정흥남 기자

지난해 10월 31일 제주시내 한 호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민과의 대화’라는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는 참여정부 이전 ‘국민의 정부’때 어느 정도 ‘기반정리’가 이뤄진 제주 4.3사건에 대해 노대통령이 정부차원에서 ‘공식사과’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이날 4.3에 대한 발언을 마친 뒤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폭적인 권한이양과 함께... 여러분이 방향을 잡아서 제안하면 도와 드리겠다. 큰 건 하나하자”라면서 제주도특별자치도 추진에 대해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이를 계기로 제주 특별자치도 문제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과 함께 그동안 꾸준하게 추진됐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이 있은 뒤 며칠 후 제주도 최고위층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당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개정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재경부를 방문했다.
제주도는 자유도시특별법이 ‘제주를 위한 특별법’인 만큼 제주지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 등에 최고 27%까지 내야하는 법인세를 제주지역에 한해 15%선으로 낮춰 달라고 '호소‘했다.

재경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유는 ‘1국 2체제’의 조세제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이 같은 ‘알맹이’가 고스란히 빠진 채 개정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세체계는 물론 교육과 경찰 및 행정 등 각 분야에서 사실상의 ‘1국 2체제’를 인정해야 하는 ‘파격적인 법개정’이 전제된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언론보도 등을 종합할 때 중앙 정치권은 제주특별자치도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제주지역 역시 하루 하루 멀고 살기에 힘들어 하면서 경제난에 허덕이는 상당수 도민들은 이 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한편에서는 특별자치도 문제를 ‘일부 공무원과 일부 도민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정부의 특별자치도에 대한 실체와 진의는 무엇인가.
‘제주가 도민들의 총의를 모아 대안을 만들면 정부는 전폭적으로 도와 줄 것이다’라는 원론적인 정부 방침만 거론된다.

과연 제주특별자치도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인지 특히 현재처럼 도민들간 혹은 이해 당사자들간 이견이 상충되는 상황에서도 특별자치도가 성사될 수 있을지 숱한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2일 특별자치도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도민이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되물었다.
“한쪽에선 떡 줄 생각을 하지도 않는데 김치국만 먹는 것 아냐. 또 한번 속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