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선 안된다

2009-08-03     임성준
아시아 각국이 저마다 '뜨거운 감자' 논란을 잠재우고 카지노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보수적 도덕국가로 알려진 싱가포르가 시민종교단체의 반대에도 2005년 4월 40여년만에 굳게 지켜 온 카지노 규제를 철폐하고 허용했다.

마카오가 2002년 카지노산업을 전면 개방한 데 이어 싱가포르, 대만, 일본 정부가 카지노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대만은 타이베이, 일본은 오키나와에 카지노리조트 거점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의 제주도 격인 푸쿠억 섬에도 초대형 카지노와 리조트가 들어선다.

싱가포르와 일본(오키나와), 대만 등 주변 국가들이 국부 유출을 막고 카지노 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는 카지노란 용어 대신 복합리조트(IR)란 표현을 쓴다.

단순히 카지노 뿐만 아니라 컨벤션센터, 공연장, 호텔, 쇼핑센터가 함께 들어서는 복합리조트를 모델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도덕국가인 싱가포르가 왜 도박산업을 허용했을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금융도시 싱가포르의 문을 열게 했다.

내년 1, 2월 중 개장해 2010년까지 3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2015년까지 1700만명의 관광객 유치가 목표다.

자국민의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입장료를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8000원)의 비싼 요금을 물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들 나라가 카지노리조트를 만들려는 곳은 공통점이 있다.

매력적인 관광지에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당연 제주도가 투자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MB 정부는 MICE산업을 17개 신성장 동력산업중 하나로 선정했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컨벤션 등 MICE 기능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컨벤션과 호텔, 쇼핑센터, 카지노가 들어서는 복합리조트의 최적지다.

우리나라는 연간 1조원이 해외 카지노에서 날리고 있다. 지난 해 불법도박 산업의 경제적 규모는 무려 53조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제주 관광객전용카지노 도입 촉구 목소리에 귀 기울여할 대목이다.

건전한 게임시장 조성, 관광과 서비스산업 활성화란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관광객전용카지노 범도민추진위원회는 "제주도는 한.미 FTA 체결에 이어 한.EU, 한.중 FTA 등이 현실화되면서 1차 산업의 피해가 2조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개방정책의 최대 피해지역인 제주도의 1차산업을 친환경적인 체질로 전환하고, 관광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개편을 위해 관광객전용카지노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미 관광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카지노가 주 목적인 강원랜드와 달리 관광과 결합된 게임산업으로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광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계획된 여행비용 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도박 중독이나 범죄, 가산 탕진 등의 사회 문제가 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국인카지노 허가권 이양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4단계 제도개선안이 부처간 협의를 앞둔 가운데 관광객전용카지노 범도민추진위원회는 4일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사무처와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해 건의문을 전달한다.

관광객전용카지노 도입에 찬성하는 서명 인원이 도민(성인)의 과반수를 훨씬 넘었지만 정작 허가권과 입법권을 갖고 있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설득 논리가 먹힐 지는 지켜봐야 한다.

제주도는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폐광특별법에 의해 건설된 정선(강원랜드)과 차이를 강조하며 엔터테인먼트형 시설로 카지노가 도박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즐길거리, 놀거리, 야간 관광거리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도박산업이란 인식과 함께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데다 다른 지역 추가 허용을 반대하는 강원지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주도의 추진위와 제주도가 정부와 국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시아 주변 국가의 카지노 시장 개방 정책, 국민 관광활성화 측면, 제주도의 관광 인프라와 지리적 특성 등을 강조해 허가권 이양을 요구하는 데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소모적인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채 권한 이양만 요구하다간 또 다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임  성  준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