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주민 우선채용' 왜 후퇴 시키나
‘지역주민 우선채용’ 왜 후퇴 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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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발 사업에 인근 지역주민을 우선 고용토록 법제화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개발 사업이란 게, 생래적(生來的)으로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관광소득 증대, 지방재정 기여, 지역발전 등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환경 파괴, 지역 정서 붕괴, 자연이 주는 천혜(天惠)의 독점, 소득 편중, 위화감 조성 등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관광개발 사업 중 규모 큰 ‘대형 급’일수록 이러한 부정적 현상들이 심각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지역주민 우선고용제’는 바로 이러한 부정적인 일들로 인한 지역 피해 보상책(補償策)임과 동시에 독과점 되고 있는 관광사업 소득을 주민에게 부분적, 간접적으로나마 분배해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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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주도가 홀연히 조례개정을 통해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의 ‘지역주민 80%이상 의무고용’ 내용을 삭제하려 한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원래 ‘지역주민 의무고용제’는 3년 전 ‘제주특별법’ 제정 당시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한 지역의 각종 폐해들을 ‘주민 고용’이란 인사제도로 극복하기 위해 입법화 한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는 이 법을 기초로 ‘개발 사업시행 승인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 ‘주민 80%이상 고용’을 의무화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3단계 제도개선 때는 제주도특별법을 슬그머니 개정, ‘주민고용’조항을 없애더니 이번에는 조례의 해당 내용마저 삭제하려고 입법예고 하고 나섰다.
그토록 천고만려(千考萬慮) 끝에 만들어 놓은 ‘의무고용제’가 겨우 시행 3년 만에 없었던 일로 되돌리려 하다니 ‘허명의 문서’만큼도 못하게 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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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도의 중요한 숙제 중 하나가 대규모 개발로 인한 부정적 요소들이다.
거기에는 이미 언급한 지역 정서 붕괴, 자연 천혜(天惠)의 독점, 개발 소득의 편중, 위화감 조성 등도 포함돼 있다.
적어도 ‘의무고용제’는 이러한 부정적 요소들에 대한 최소한의 해소책이었다.
이제 이것마저 없애버린 다면 그에 상응한, 아니 그 이상의 어떤 대안을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는 한, ‘의무 고용제’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제주도 내에서는 수많은 개발 사업들이 추진됐지만 도시-농촌, 산간-벽지의 주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갔고, 얼마만큼 소득과 연결 되었는지 당국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제주항공 정도다.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시대를 열게 함으로써 도민들에게 항공료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그것도 직접 현금으로 보탬을 주고 있다.
제주항공은 취항 이후 적어도 제주도가 투자한 50억 원의 몇 배를 도민들의 이익으로 연결해 주고 있는 셈이다.
그외 다른 사업들은 어떤가. 관광객이 500만, 600만 명이 온다 해도 돈이 흘러들어가는 곳은 비행기회사요, 골프장이요, 호텔이요, 대형 시설 관광지 등등이다.
더구나 요즘의 관광 사업들은 발전을 거듭해 오가는 관광객들이 떨어뜨리는 떡고물조차 독점해버리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그러니 일반 도민들은 떡고물 접하기 조차 쉽지 않다.
이러한 마당에 ‘주민 의무 고용제’마저 후퇴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