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마라

2004-11-03     고안석 기자

전국 보건소가 지금 몸살이다.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보건소가 비상이다. 전직원이 동원돼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업무공백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올해 제약회사와의 협상이 몇차례 결렬되면서 예방백신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나돌면서 혹시 늦으면 안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지난 1일 예방접종을 시작하던 날, 제주시 보건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인들이 예방주사 한대를 맞기 위해 새벽 4시부터 보건소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가 하면 급기야는 밀려드는 노인들을 제지하는 직원들과 서로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 실랑이가 일어나기도 했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될 것을 내가 먼저 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부를 결과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게다 사회가 부른 하나의 현상인 것을….
보건소에서 한 일주일간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추운 날 아침부터 주사 한 대 따문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건강을 지키려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독감 예방접종을 해 두면 감기가 들더라도 그 증세가 덜하다고 한다. 그래서 독감예방접종을 선호하는 것이고, 일정 조건에만 이르면 무료로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노인들에게는 더없이 좋다.
보건당국에서는 20∼30대 젊은 층은 예방접종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만큼은 자제해 줬으면 한다. 연로하신 노인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가급적 접종을 하지 않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침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길게 줄을 선 노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독감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