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기 낳기, 구호나 운동만으론 안 된다
1
제주도가 ‘저 출산(低 出産)’ 극복을 위해 ‘아기 낳기’ 범 도민 운동(汎 道民運動)을 벌이기로 한 모양이다.
오는 28일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제주운동본부’가 출범하는 이유다.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가 할 일이 꼭 출산 장려만은 아닐 터다.
이와 함께 양육-가족문화 등 출산과 관련된 인식 전환과 정신문화 개선운동도 전개할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번 출산 장려운동이 크게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인간이 아기를 갖는다는 것, 낳는다는 것, 기르고 교육한다는 것은 어떤 구호나 운동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증요법(對症療法)식으로 빤짝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출산 원인을 해소해서 이전의 다출산(多出産) 시대로 회귀하기는 힘들 줄 안다.
이점은 출산 통계가 잘 시사해 주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줄곧 감소를 보이던 신생아 수가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133명, 337명씩 증가 했다.
이는 보육비 지원 등 경제적인 각종 출산 장려정책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럼에도 2008년에 들어서자 신생아 수가 급격히 줄었다.
전년에 비해 무려 806명이나 감소했으니 말이다. 경제적 출산 장려정책이 큰 효과를 못 본 셈이다.
2
출산 장려정책은 한 정권이나 한 세대, 어느 특정 단체나 특정 개인의 단견(短見)에 의해 수립되고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 아니 인류의 먼 훗날까지를 내다보면서 원대(遠大)하게 입안(立案)하고 꾸준하게 실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불과 몇 10년 전까지만 해도 산아제한, 가족계획을 강행했던 정책은 반세기도 내다보지 못한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요, 오늘 날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준 졸책(拙策) 중의 졸책이 아닐 수 없다.
출산에 관한 한, 국가 경영자들이 “돈 줄 테니 애 많이 낳아라”고 외쳐봐야 그건 진통제에 불과하지 치료제가 되지 못한다.
인간이 새 생명을 얻는다는 것, 그것은 부부간의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자발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 질 때 일반화되고 영속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책이 곧 교육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 새 생명탄생의 필연성, 부모 형제간의 천륜과 인간 사회에서의 인륜 등을 일깨움으로써 출산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경사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이러할 때 출산은 모두가 우러러 보는 대상으로서 스스로 그것을 희망하게 될 것이다.
3
저출산 세태를 만든 것은 잘못된 교육 정책 탓이 크다.
지난 40여년 이래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조령모개(朝令暮改)였고 입시 위주, 취직위주, 경제 위주의 교육이었다.
그러다 보니 역사교육, 윤리 교육, 생명 존중 교육은 희미해져 갔다.
다시 말해 전인(全人) 교육이 사라져 갔고, 왜 부모형제가 있어야 하고 아기를 낳고 길러야 하는지 참 뜻을 알지 못했다.
출산 장려를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그에 앞서 하루 빨리 초-중-고-대학의 교과 과정을 대폭 개혁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출산이 성경보다도 더 신성하고 존엄함을 알도록 해야 한다.
즉 출산의 기피는 죄악임을 일깨워 줘야한다. 출산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처방은 이 길 밖에 없다.
다만 교육의 효과가 나오기까지 20~30년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때를 놓쳤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속히 교육 내용을 대폭 개혁해야 될 까닭이다.
사실 출산 관련 교육의 잘못은 학교뿐이 아니다. TV드라마와 사회교육,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 등도 그동안 크게 잘못 돼 왔다.
어렸을 때부터 새 생명 탄생의 필연성과 천륜-인륜의 위대성을 말을 가르치듯 깨우쳐 줬다면 오늘 날처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모처럼 출범하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의 건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