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케이블카, 유네스코와 사전 협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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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케이블카 T/F팀이 1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아마도 찬-반 논란이 또 다시 맞닥뜨릴 것임이 분명하다.
제주도 당국이 이번 T/F팀 첫 회의에 케이블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및 한라산 등반 객 통계 등을 회의 자료로 내 놓은 것을 보면 이번에야말로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밀어붙일 모양이다.
이 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케이블카 여론조사에서 50%였던 찬성이 최근 다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무려 64.5%로 뛰었다.
하지만 반대는 겨우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한라산 탐방객은 지난해 92만6000명에서 해마다 급증해 2020년에는 186만7000명으로 증가, 하루 6086명 입산(入山)이라는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자료대로라면 케이블카든,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든 분명히 한라산 관리를 위해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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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이번 회의 자료에서 제주도 당국의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거기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케이블카 설치 경우 기존 탐방로를 제한하거나 폐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을 우선 선정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케이블카 설치 찬성을 전제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케이블카는 교통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순수한 한라산 공중 관람용이어야 한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한라산 도보(徒步) 등산은 전면 엄금해야 한다.
다만 학술, 군사, 외교를 비롯, 그외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그리고 케이블카 운영은 민간업자 아닌 도(道)가 직영해야 하고, 출발-도착 지점 부근의 시설물은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럴 경우 케이블카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한라산을 10배 100배 더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한라산 케이블카를 반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쾌히 동의하리라고 믿는다.
제주도가 아무런 구체적 청사진 없이 구름 잡듯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만 하니 반대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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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는 제주도가 회의 자료에서 제시한 “기존 탐방로의 제한-폐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의 우선 선정” 방향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서 “입산(入山)의 전면 금지”쪽으로 가닥을 잡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주도가 그런 구도(構圖)에 의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작성, 사전에 유네스코와 협의를 벌이는 것이 크게 실수를 범하지 않는 길일 줄 안다.
만약 협의 결과 유네스코가 긍정적이라면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
유네스코에 의해 제주도 화산섬-용암동굴군이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 됐기에 하는 얘기다.
제주도는 독일의 ‘엘베계곡’을 오래 기억해서 잊지 말아야 될 줄 안다.
엘베계곡은 자연 경관이 빼어난데다 18세기 이후 낭만주의 색채가 잘 보존돼 2004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었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달 엘베계곡을 유산목록에서 제외시켜버린 것이다.
이유는 엘베 강에 현대식 다리를 건설함으로써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데 있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한라산이 그렇게 됐다고 상상해 보자. 엘베 강의 다리와 한라산의 케이블카, 닮은꼴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