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국 대응 '미적지근'

제주관광, '비상구'가 없다

2004-11-02     고창일 기자

제주관광 '비상구가 없다'.
감귤과 제주 경제의 축으로 평가받는 관광산업이 끝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는 실정이다.

최근 제주시 연동지역이 관광산업 부진에 의해 몸살을 앓는 형편으로 "수학여행 등 단체 여행객들도 눈에 띠게 줄어드는 추세"라는 당국의 분석대로라면 감귤 판매시기가 지나는 내년 봄철을 계기로 제주 경제 불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결코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제주도 당국의 대응은 미적지근하다.
행정력의 주요 관심사는 국제자유도시, 행정계층구조, 평화의 섬 구축 등 '서민들의 생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
제 철을 맞은 감귤 처리 문제를 제외하면 관광, 건설 등 경제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관광 수요 확대 대목에 이르면 방법 차이를 놓고 '관련 업계와 도내 NGO 들이 심각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양상인 반면 이를 해결하고 대안제시 후 추진해 나가야 할 행정당국은 말 그대로 '복지부동' 형국이다.

'보는 관광'에서 '모든 관광객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체험형 상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도 당국과 관광협회, 업체 등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동남아를 비롯 중국, 금강산, 강원도, 고속철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 동향을 바라만 볼뿐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체험형 상품개발로 관광 수요 확대라는 구호는 언뜻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그 동안 업계 종사자들은 뭘 먹고사느냐"고 반문했다.

▲500만 시대를 열기 위한 제주도의 대책
올 관광객 목표달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도 당국은 부랴부랴 연말까지 두 달 동안 단기 로드맵을 내 놓았다.

관광상품 개발 내용을 보면 '제주관광 패키지 여행상품' 그랜드 세일 지원을 비롯 신혼 여행객 제주유치 확대를 위한 상품, 관광상품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입도관광객 대상 경품 행사 등이다.

스포츠 이벤트 및 축제 행사는 2004년도 PGA 골프대회, FA컵 축구대회, 제4회 탐라기 전국 유도대회, 제주감귤축제, 최남단 모슬포 방어축제, '올인' 박물관 개장 기념 이병헌 등 출연자 팬 사인회 등도 준비중이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 지역 제주관광설명회 및 서울.경인 지역 제주출신 교원대상 제주관광설명회, 전국 대학총학생회 및 동아리 대상 초청 제주관광설명회 등을 열어 목표달성을 도모한 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도민들은 "각종 행사 개최 등으로 올해 목표를 달성한다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제주 관광산업에 필요한 것은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내년 또 그 이후에도 제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 제공"이라고 꼬집었다.

▲공론화 시켜야 할 부분은 도민 여론에 맡기자
도내 관광업체들은 우선 한라산 삭도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찬 .반'과 관련한 환경부 지침이 이 달 중 제시될 예정으로 김태환 도지사는 1일에도 "환경부의 지침이 내려오는 대로 도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종전 반대 여론을 의식, 수면위로 부각시키는 것을 꺼려했다.

이는 '한라산 환경파괴'를 주장하는 도내 환경단체를 포함한 NGO 등의 비난을 의식한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제주도는 환경부의 지침을 '교과서'로 삼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도 당국 관계자는 "삭도 설치에 대한 도 자체의 의견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어느 쪽으로 정책방향을 정해도 비난을 받게 돼 있는 사안"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누적된 적자와 최근 다른 지방 3개 업체 신설허가로 '생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는 도내 8개 카지노 업체에 대한 대책마련도 눈치보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제주도는 문광부 등에 제주지역 카지노 업체의 '어려움'을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도내 카지노 업체가 속으로 바라는 '내국인 관광객 제한적 출입허용'은 언급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관광 업계의 관계자는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관광객 증대에 기여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면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강원랜드 사례에 보듯 카지노 내국인 출입으로 인한 폐해는 충분하게 예상되지만 제주 관광산업만을 놓고 따져보면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도민여론 조사나 투표라도 실시하자
종전 삭도 설치와 카지노 내국인 출입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최근처럼 경제가 최악이었던 시점도,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를 비롯한 도민들은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제주도 당국의 소신 있는 발걸음을 기대하고 있다.

도민들은 "내년 초에 계획중인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위한 도민투표도 중요하지만 이들 사안에 대한 도민 여론을 살펴 볼 당위성이 충분하다"면서 "여론조사로 부족하다면 도민투표라도 실시해서 이에 대한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