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스펙(specification)과 외모

2009-07-07     제주타임스



며칠 전 한달에 한번씩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자신의 딸의 스펙이 부족해서 직장시험에 빈번히 실패해서, 시쳇말로 캥거루 족이 라고 한다.

또 번뜻한 직장도 없는데도 외모에만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며 한탄하는 말을 들었다.

스펙이나 외모는 외적인 조건만을 통하는 사회적 잣대라고 생각되어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친구의 말은 이 시대 흐름의 잣대일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사회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스펙’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굴레이자 목표로 인식 된지 오래다.

스펙은 상술(詳述)의 뜻을 지닌specification의 약어로서, 2004년도에 국립국어원의 신조어 자료집에 수록되었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스펙의 의미는 출신학교, 자격증, 영어성적, 재산보유 현황 등인데 요즘에는 외모를 하나 더 포함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기준을 시쳇말로 하면 못생기고, 못살고, 못 배운 사람이다. 

한마디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은  항상 변방에서 스펙과 외모가 좋은 자들의 등 뒤에서 구색 맞추어주는 엑스트라 인생이다.

몇 년 전 ‘별 볼일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쓴 소설이 프랑스에서 몇 백 만부  팔리고 베스트셀러 된 적이 있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바르베리 저, 김관오 역) 주인공은 파리의 고급아파트 수위로 일하는 나이 50세의 못생기고 못 배운 아줌마다.

 ‘ 나를 사람들이 수위아줌마라는 범주로 고착시킨, 사회적인 풍조에 잘 부합한다.’는 이 아줌마는 ‘아름다움에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저속함조차도 그렇다.’며 절망한다.

하지만 이 아줌마는 독학으로 철학과 예술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쌓고, 자기 자신과의 고독하지만, 끝없는 독백을 통해 어느 누구보다도 우아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꾼다.

이 주인공의 쌓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고독한 독백으로 쌓은 지식은, 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자격공부나 성형수술을 한 외모에 비할 수 없다.정갈한 삶의 소중하고 고귀한 향기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가치다.

성형한 외모는 시시각각 사그라지지마는 이 주인공의 내면아름다움은 세월의 비바람에도 바래지 않은 생의 원색이다.

물론 소설이지마는 이 소설은 삶에 허덕이는  많은 독자들에게 시원한 청량음료 가 되었을 것이다.

 사회계급을 나누는 기준은 재산, 학벌,  자동차, 피부, 치아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도도한 생활, 2007년)

‘외모가 사회계급을 결정 한다’는 사회 패턴은 학벌주의, 빈부격차, 등과 맞물린 사회적 갈등의 표출되는 첫 번째 원인이다.

사람을 그 외모나 지위, 학력만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옳은 말이다. 하지만 진리의 특징은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외모, 학벌, 재산이라는 3대 껍데기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대접을 잘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차별의 정도에 따라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냐 아니냐가 결정된다.

사람의 얼굴을 가진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모와 스펙이 패러다임이 바뀌어 져야한다.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우리사회는 더욱더 다양성과 창의성 및 유연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지금 사회제일 큰 이슈인 사교육 전쟁도 자연히 안정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스펙의 의미를 외형정적 잣대가 아닌 외부세상을 향한 개인의 사고 및 가치판단의 총체적 근거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스펙을 남에게 보여 지는 피동적인 자신의 모습이 아닌, 세상 속에서 의미 있고 주체적인 삶을 위한 자신의 디딤돌로 보는 사회적 잣대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자신의 원래모습을 지키자, 그리고 자신의 비전과 가치를 담은 스펙을 만들자.

이렇게 변화된 패러다임 속의 스펙은 완전 경쟁의 세계시장 속에서 자신의 든든한 나침판으로 거듭됨은 자명하다.

남의 한다고 스펙을 위한 자격증이나, 성형수술 등에 매달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은 자기 포지션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가 되더라도 감독이 한꺼번에 3명의 골키퍼를 넣지 않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