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학교 감사문제 ‘역지사지’ 필요

2009-06-21     한경훈 기자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일선학교 감사에 여부에 대한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제주도의회가 감사위의 교육기관 감사대상을 도교육청 본청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 감사위가 반발하고 있다.

도의회는 19일 열린 제26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정한 자치감사의 대상 및 기관 ‘제주자치도교육청과 소속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제주자치도교육청‘으로 한정해 통과시켰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감사위가 도교육청 소속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에 감사위는 “특별법의 위임 없이 감사대상 기관을 축소 조정할 수는 없고, 감사대상 기관 결정은 재량의 범위가 아니라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률에도 위반 된다”며 ‘재의 요구’를 할 태세다.

 교육기관 감사권한을 놓고 벌이는 지리한 공방을 도민들은 또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교육자치 존중해야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무엇보다 감사위와 제주도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교육감이 도교육청 직속기관 및 일선학교에 대해 사실상 감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물론 교육감도 감사위 감사권과는 별도로 일선학교 등에 대해 자체 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중복 감사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 및 행정력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해 권한 행사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육자치와 일반행정자치가 분리된 현실에서 행정이 일선학교 등의 감사권을 쥐고 있는 것은 기형적이다.

현재 감사위는 도지사가 감사위원 과반을 임명하고, 그 소속 공무원들도 도청에서 파견하고 있다.

인적구성만을 놓고 볼 때 감사위는 도청 산하기관이라 해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도청 내부에 감사조직이 없는 것을 들어 감사위를 ‘도청 감사과’라고 하고 있는 정도다.

교육계는 이 같은 기관에서 감사를 받는 것을 자존심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도 연혁적으로도 감사위의 교육감사는 도교육청 본청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감사위는 현재 중앙부처의 감사를 대행하고 있는 만큼 교육관련 감사는 종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하던 범위(도교육청)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주장이다.

권한집중은 독선 위험

최근 지역사회에선 ‘제왕적 도지사’라는 말이 곧잘 회자된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도지사 한사람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됨에 따라 빚어지는 폐단을 지적하는 것이다.

권한은 집중되다 보면 오만과 독선을 낳는 법. 권한의 합리적 배분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감사위도 당초 조례상의 규정을 들어 권한 ‘붙들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교육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교육감이 교육정책 집행에 대한 자율적 내부통제 및 자기반성의 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자치분권을 지향하는 제주도특별법 시행의 취지다. 도교육청과 감사위 간 ‘직속기관 및 일선학교 감사권한’ 분쟁은 이번 조례안 통과를 계기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도의회에 결정에 대해 감사위가 재의를 요구하는 일은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