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入島大門’ 비좁아서 큰일이다
영어도시 착공됐지만 뭍 나들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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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어교육도시 기공식이 어제 대정읍 구억리 현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과 국무총리실 권태신 실장도 참석했다. 물론 김태환 제주지사를 비롯해 2천여명의 주민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첫 삽을 뜬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2011년까지 공립 1개교, 사립 2개교 등 3개교의 국제학교가 개교 된다. 이로써 우선 1단계 사업은 마무리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참모습은 2015년에 완료될 제2단계 사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앞으로 6년 뒤 2단계 사업까지 끝나면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총 12개교의 초-중-고 국제학교가 문을 열게 된다.
외국의 유명 대학과 대학원들도 더러 들어온다.
하나의 캠퍼스를 공유하는 10여개의 단과대학, 골프-IT 등 특성화 대학도 설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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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 정책을 총괄할 영어교육센터도 들어선다.
이 센터에서는 연간 2천여 명의 영어교사를 양성하고, 영어공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업무도 담당한다.
초-중학생을 위한 영어캠프, 성인 대상의 어학연수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교육 문화 예술단지도 조성돼 각종 세미나, 강연, 축제, 연극 등 해마다 2000여 종이 넘는 행사를 제공한다.
이쯤 되면 말이 ‘제주영어교육도시’이지 ‘대한민국 영어교육도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적어도 계획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제주영어도시는 교육 시설 면에서만이 아니라 부지면적 등 총체적 규모면에서도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소요(所要) 토지 면적만 해도 자그마치 379만3931평방미터요, 총 투자액은 무려 1조7806억 원이다.
이러한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앞으로 5875세대 2만3000여명의 인구가 거주하게 될 것이다. 순수 학생 수만 90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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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획과 준비 작업에 의해 이미 착공식까지 끝낸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그림과 그 그림에 나타난 무늬만으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입안자(立案者), 혹은 추진(推進) 기관이 잊어버리고 있는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 곳을 통해야만 제주를 드나들 수 있는 ‘입도대문(入島大門)’이 너무 비좁아 큰일이다.
현재 제주에는 출입문이 둘 있다. 하나는 공항대문(空港大門)이요 다른 하나는 부두소문(埠頭小門)이다. 하지만 부두 소문은 역할이 공항대문에 크게 못 미친다.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완성되어 2만3000여명의 인구가 입주할 때쯤이면 서귀포 혁신도시, 헬스케어타운이 큰 매듭을 짓게 될 것이며 예래 휴양단지, 제주시 첨단과학단지 등 이른바 국제자유도시 선도 사업들도 대미(大尾)를 보게 될 줄 안다.
그 때는 공항대문이 비좁을 것은 불을 보듯 환하다.
공항이 비좁으면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실패할 수도 있다.
비행기가 부족해, 항공 좌석이 없어 제주출입이 어려운데 어떻게 제주 해외유학을 온단 말인가. 지금도 항공 좌석이 부족해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 여행을 포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기공식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참석했다고 하는 데 공항 문제를 물어보기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관계부처 장관이 기공식에 참석, 축사나 한마디 하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의 문제점을 파악, 그 문제를 진솔하게 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제주국제공항대문만이 아닌, 새로운 공항대문을 만들어야 영어교육도시가 성공한다.
제주도민들이 제2의 신공항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그 때문이다.
정종환 장관은 영어도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제주 제2공항을 꼭 건설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