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온 피아니스트
그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타마라 에싸오울렝코이다. 그녀가 우리나라에 머무른 지는 대략 2년쯤 된다. 주말연속극 ‘한강수타령’에서 잠깐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나와서 서귀포 시내를 걷노라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인사를 해서 그녀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금강산 유람선에서 피아니스트로서 근무를 했었고 지금은 중문에 있는 롯데 호텔에서 한달 정도 더 근무를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사랑하고있는 상냥하고 예의바르며 생기발랄한 이 추운 나라에서 온 아가씨의 마음은 정말 따뜻한 것 같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한국어로 한다. 처음에는 북한에서 제작된 교재로 한국어 공부를 해서 더 어려웠던 모양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알려진 ‘빨리 빨리’를 ‘날래 날러로 배웠던 것이다.
제주도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패러다이스’라고 대답했다. 더 이상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겉치레 인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친절한 한국남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남자들은 가족을 위하여 일하는 마음이 다른 나라 사람들 보다 투철한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아내에게 매우 충실한 것 같다고 평하였다. 그녀의 부모들은 고향에서 알려진 음악가인데 이웃들과 다정히 살고 있으며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부모들의 인생관에 영향을 받아 검소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돈만 있으면 되고 우정이나 가족간의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대대로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그녀는 6살부터 줄곧 피아노를 연주하였는데 피아노를 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였다.
제주도에서 그녀를 만난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였던 듯 하다. 2년간의 비자 만료기간이 다 되어서 한국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한국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한다. 러시아에는 물가가 높고 지식인이나 예술인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극심한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추운 나라에서 온 해맑은 아가씨는 장래를 걱정하는 듯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 때문인지 어두운 구석이 전혀 없다. 타마라 에싸오울렝코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제주도에 대해서 그녀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이 사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가 외국인을 내국인처럼 대우하면 그들도 우리의 호의에 우정으로 보답하리라고 믿는다. 세계는 점점 더 상호의존도가 높아가고 있고 그만큼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게 되고있다.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세계인을 대하고 그것이 우리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타마라 에싸오울렝코여. 부디 아름다운 제주도와 이곳에 사는 친구들을 영원히 기억하시라.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