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단은 성공적
최종 성공 여부는 제주도민에게도 달렸다
1
2일 폐막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국가적으로나 정부적, 지역적으로 볼 때도 그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우선 대강(大綱)의 평가로도 그렇다.
올해 초 취임 1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천명한 것이 바로 ‘신(新) 아시아 외교 구상’이었다.
따라서 이 구상이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란 형태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중점적으로 외교를 펴 왔던 국가들은 미-일-중을 비롯, 일부 EU국가들에 편중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아세안 10개국들과는 역내(域內)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미-일 등에 비해 소원하게 지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 중 이들 참가국에서는 무려 6500여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10개 국 정상 내외분들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언론인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함으로써 그사이 소원했던 국가 간 관계가 신뢰와 우호-친밀 관계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강(大綱)의 평가가 긍정적인 이유다.
2
특별정상회의 내용면에서도 그 자체는 호평을 받을만하다.
11개국이 모두 한목소리로 북핵(北核)을 규탄하는 공동언론성명을 이끌어낸 것 등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2015년까지 양측 교역 규모를 1500억불로 확대키로 합의했고, 사회-문화 분야 협력기금 500만 불 규모로 증액, 아세안 연수생 7000명 국내 초청에도 뜻을 모았다.
이 밖에도 금융위기, 식량안보, 신종 전염병에 대한 공동 대응에도 노력키로 했다.
이렇듯 단 이틀 동안 진행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모두 5개 부문 40개항에 걸쳐 합의를 이끌어내 공동성명을 채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자간 회의가 성공했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러한 제주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성공을 거둔데 대해 우선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특히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국가적, 정부적 차원의 성공 못지않게 지역적, 다시 말해 제주도적 차원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제주역사상 처음으로 11개국 다자간 정상회의를 훌륭하게 치러냄으로써 국제회의 소화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점을 예외로 하더라도 제주가 얻은 유 무형(有 無形)의 성과는 셈으로 계량(計量)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크고 넓다.
3
우선 제주를 해외에 널리 소개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 아세안 CEO 700여명으로 하여금 제주 투자에 관심을 갖도록 한 점, 제주 고유 민속 문화의 세계화 발걸음을 내 딛게 한 점, 제주의 유네스코 자연 유산을 새롭게 인식 시킨 점 등은 우리가 앞으로 수10년을 두고도 이루기 힘든 과제들을 한꺼번에 이룬 것이다.
그리고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수많은 정치-기업-문화 예술-언론인들에게 제주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게 한 점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또 다른 가치이다.
문제는 제주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국가적, 지역적으로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나 이것이 최종적 성공은 아니라는 데 있다.
앞으로 정부가, 또 제주도민이 후속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는 결국 미완의 성공일 수도, 그리고 완성된 성공일 수도 있다.
더구나 제주 지역의 경우 도지사 주민소환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맞아 도민들로서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1년 가까이 도지사부재(道知事不在)라는 불행한 사태라도 당한다면 외자 유치 등 한-아세안 정상회의 후속 조치들이 차질을 빚을게 뻔하다.
지금이야말로 제주도민이 함께 고민하면서 가장 바른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후속 사업을 위해서는 앞으로 1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