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한국만 '마이너스'인 까닭은?

단위 노동비용, OECD 국가중 유일하게 감소

2009-05-19     제주타임스

  

지난 11일 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교 개혁정책을 내놓아 국내언론들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다. 미국 고교 개혁정책의 골자는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교를 해마다 1,000 개씩 5년 동안 5,000개 폐교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교장 교사 전원해고, 새로운 교사 뽑아서 다시 문을 연다”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난데없는 ‘오바마 프렌들리’가 웬 말?

이에 대해 한국의 언론들은 해설기사와 사설을 동원해 ‘그것 봐라, 우리도 교육개혁 서두르자. 무능불량한 교사 퇴출하고 시장원리를 도입해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 오바마도 그러잖느냐. 우리는 무능 불량교사 퇴출은 고사하고 교원평가제도 못한다. 일제고사로 학교별 학력 평가를 하려 치면 교사가 아이들 데리고 소풍 가버리는 형편이다. 무능학교, 무능교사를 퇴출시키지 못하면 그 자체가 반교육적인 것이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교육부 고교 개혁 프로그램을 다시 살핀 결과 한국 언론들의 보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이 확인됐는데… (미디어 오늘 참조)

미국의 이번 정책의 핵심은 고등학교 중퇴율을 30% 낮추자는 것이다. 미국은 고등학교 중퇴율이 50%에 이르는 학교만 2천개. 이 2천개 학교를 포함해 중퇴율 40% 안팎인 문제학교가 대략 5천개라고 한다. 교육부 장관이 ‘학생 5명 중 2명이 졸업 못하는 학교가 학교냐, 중퇴자 생산공장이지.’라는 항간의 비난을 소개할 정도다.

미국의 이번 고교 개혁정책은 ‘저소득 서민층이 모여 사는 지역의 고등학교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못 가르쳐 중퇴율이 40% ~ 50%에 이르니 이런 열악한 교육현실을 바꾸기 위해 중퇴율 높은 문제 학교를 폐교한다. 그리고 이들 학교를 재건하는데 경기부양 프로젝트 예산 130억 달러 가운데 30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학교로 탄생시킨다. 폐교로 교단을 떠난 교사 중 상당수는 이 학교에 다시 채용된다. 이로써 미국 고교의 중퇴율을 30% 낮춰보자’는 것이 목표이다.

전국 학교가 일제히 학력평가고사를 봐서 성적 나쁜 학교와 교사들을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 학력평가를 실시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중퇴자만 많이 내놓는 학교를 일단 폐교시켜 완전히 새로 바꿔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학교 성적 올리려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 체육특기생들 시험 못 보게 빼돌리고 성적 고쳐 보고하는 우리 현실하고는 격차가 크다. 일류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세우고 수월성 교육을 지향한다는 우리 교육의 지향과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아닌가. 공부 못해 졸업도 못하는 아이들을 줄여 교육에서의 평등과 분배를 추구한다는 것이니 오히려 평준화 교육에 가깝다 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언론들은 엉터리로 번역해 보도한 걸까? 아니면 MB 프렌들리를 위해 미국 교육을 분장실 개그용으로 변장시킨 걸까? 니들이 고생이 많구나!

OECD 통계로 보는 ‘우리가 고생이 많구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단위노동비용이 줄어들었다는 보도가 19일 자 아침신문에 등장했다.

OECD가 발표한 각국의 ‘분기별 단위노동비용 지수’는 한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상승률 1위부터 보면 룩셈부르크 +10.0%, 핀란드 6.9%, 헝가리 6.8%, 아일랜드 6.4%, 노르웨이 6.1%, 영국 4.0%, 독일 3.5%, 프랑스 3.0%, 일본 2.9%, 미국 2.5%, 캐나다 1.2% … 한국 -4.3%

27개 국 평균이 +2.9% 유로화 지역이 평균 + 4.9%. 모두 + 인데 왜 우리만 -4.3% 인가? 단위노동비용이란 상품의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드는 인건비를 가리킨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하는 경우는 다음의 3가지이다.1. 노동생산성이 좋아졌다.2. 명목임금이 줄었다.3. 명목임금이 늘긴 늘었는데 그 상승률이 노동생산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가운데 한국은 무얼까? 노동부 자료로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 기준 지난해 4분기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7%,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실질임금 하락폭은 -5.9%이다.

또 지난해 가을, 겨울 한국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는가? 아니다. 기술혁신이 일어났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노동생산성이 급격히 나아지진 않았다는 결론이니 결국 한국의 임금수준이 떨어지면서 단위 노동비용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1998년, 환난위기 직후에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했던 상황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만일까? 지난해 하반기 갑작스런 환율상승도 단위노동비용이 떨어지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본다. 유럽연합 쪽 단위노동비용이 크게 오른 것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다만 -4.3% 감소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는 지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어야 겠다.

대략 보아도 한국의 경제구조, 임금구조가 외부 충격에 몹시 약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것은 기업이 기술개발 투자, 생산 공정 개선, 부가가치 사업 개발 및 전환으로 커버해야 하는데 그러는 대신 임금 깎는 것으로 대신하는 탓이다. 인력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고부가가치 분야로 인력을 이동배분해 가며 해야 국가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이것도 10년 전에 걱정했던 사항이다.

그런데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비정규직 문제만 더 불거지고 특수고용직이라는 더 열악한 비정규직만 늘어났다. 명목임금마저 줄고 단위노동비용이 OECD 국가 중 홀로 마이너스로 나왔으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그만하면 됐다. 이제는 안정된 고용과 고용창출에 힘써 주었으면 한다. 잔소리 같지만 또 어영부영 넘어가면 10년 뒤 우리는 속절없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변  상  욱
CBS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