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세상 살기 참 쉽죠 잉!
경기위기 틈타 번번히 정리해고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속 증언대회'가 열렸다. 금속노조 사업장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현황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경제위기 속 노무관리 '참~ 쉽죠, 잉!'
#증언1. 노조가 고용유지 지원금을 정부로부터 받고 순환휴직 들어가는 걸로 정리해고를 미뤄보자고 했다. 회사는 노조 제안을 거부하고 희망퇴직, 배치전환, 연월차 강제 사용, 정리해고 단행으로 밀고 나갔다. 회사가 정말 어려운가? 그러나 어느새 대부분 라인이 정상 가동되고 일감이 밀려 잔업까지 실시하고 있었다. (D 공업)
#증언2. 회사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고 6개월 내 새로 노사합의로 협약을 만들지 않으면 기존 단체협약이 자동으로 무효되는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방법이다. 회사에 노조는 있는데 노사협약은 이제 없다. 그러니 노조 전임자도 없어져야 한다. 노조 사무실 빼앗으러 올까봐 월차, 연차, 조퇴, 외출 끊어서 노조원들이 교대로 사무실 지키고 있다. 조합비 사전공제 안해 줘 조합원 자동이체로 바꿨다. 노동자의 권리와 권익 아무도 말 못하게 됐다. (DM 사 - 포항 J, DK사도 같은 상황)
#증언3. 고용안정을 위해 임시휴업 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고용을 보장한다는 확약서도 받았다. 그런데 회사가 희망퇴직공고를 일방적으로 내더니 어느 새 희망퇴직 21명, 정리해고 30명이라고 노동부에 신고까지 해버렸다. 노조가 파업투쟁하겠다고 나서면 희망퇴직자를 다시 불러 일 시킬 것이 뻔하다. 노조원들이 회유와 협박을 당해 노조 집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 P 기업)
TV 광고 많이 나오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경제위기라지만 공장은 걱정 없이 주야로 막 돌아간다. 생산직 900명 전원이 비정규직인 국내 유일의 공장이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다. 사내 하청업체와 1년짜리 계약으로 일하는데 하청에 하청이니 둘 중 어느 쪽이든 폐업한다고 하면 바로 잘리는 거다. 자동차 하도급 구조상 원청업체가 막 돌아가는데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다른 사업을 하거나 일 못하겠다고 자진 폐업할 수는 없다. 그런데 폐업을 걸핏하면 한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권리와 권익을 주장하면 위장폐업해서 내보내는 수법이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의 고통을 노동자가 분담하고 정리해고가 쉽도록 노동유연성도 강화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아래서는 노무관리 참 쉽죠 잉~!
언론사 경영도 참~ 쉽죠 잉!
방송계도 난리라면 난리이다. YTN은 2008년 10월에 33명 해고, 정직, 감봉조치가 있었다. 사유는 인사명령 거부와 업무방해. 아시다시피 낙하산 사장 문제다. 소송 진행 중이다.
KBS는 2009년 1월에 피디,기자 8명 파면, 해임, 정직, 감봉 조치 있었다. 사유는 근무기강 문란 및 폭력행사. 아시다시피 낙하산 사장과 공정방송 문제다. 노조가 제작거부 투쟁에 나서 정직, 감봉으로 단계를 낮췄다.
MBC는 2009년 5월 기자 3명 감봉 6개월, 사유는 취업규칙 위반. 아시다시피 앵커 교체는 경영진이 알아서 하는 것인데 쓸데없이 나서서 제작거부 투쟁을 주도했다는 것.
징계된 이들의 이름들을 보면 다들 참 착하고 일 잘하던 사람들이다. 왜 이래야 하는 걸까?
경영난으로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언론사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언론사들이 어려운 상황. 그러나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고 엉뚱하게 풀어가는 언론사도 있다는데.
요즘 일부 언론들이 기자들을 풀어 기업들의 재무제표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부실하거나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들을 찾아낸 뒤 기업체에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고 한다. 해당 언론사가 운영하는 정보상품을 몇 구좌씩 가입하라고 강요한다는 후문이다.
선배 언론사들이 이러니 새로 생기는 언론사들도 이따위 수법들부터 배워 언론사 차리자마자 영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기가 막히다.
그런가 하면 기사를 너무 선정적으로 쓰고 기본으로 지켜야할 선을 지키지 않아 더 이상 봐주지 못하겠다며 포털 네이버의 뉴스 캐스트 기본 서비스 36개 언론사 그룹에서 퇴출당한 중앙 일간지도 등장했다. 요즘 중앙일간지가 스포츠지보다 점잖지 못하다는 불평이 포털 측으로부터 나올 정도였는데 결국 퇴출사가 생겼다.
한 쪽에서는 참언론 지키겠다고 나서다 파면, 징계. 한 쪽에선 정론 일간신문, 스포츠신문, 불량언론, 사이비 언론의 경계조차 모호해 지고 있으니 걱정이다. 결국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까짓 거 언론 만들어 장사하기 참 쉽죠 잉~!
변 상 욱
CBS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