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신의 실력을 믿어라

2009-05-13     제주타임스

이승엽의 화려한 부활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시즌 초반 반짝하던 이승엽은 하라감독의 플래톤 시스템에 걸리면서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급기야 1할대 타율이라는 치욕을 경험했다.

이승엽은 올림픽 출전도 고사한 채 팀내 입지 다지기에 나선 터라 점점 내려만 가는 타격감에 낙담할 법도 한데 속이야 어떻든 이승엽은 항상 변함없는 어투로 팬들에게 언젠가는 승짱의 모습을 보여줄 거란 기대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대타로 나서야만 했을 때 당사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론 눈문을 보였을 것이다.

이런 이승엽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올림픽도 고사한 채 팀 잔류를 선언한 이승엽이었기에 일반 야구팬들에게는 그리 예뻐 보일리 없었을 것이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이후 꾸준한 모습을 보여왔다.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뚝심을 보여줬고, 일본의 심장인 도쿄에서 홈런을 칠 때마다 고국의 팬들에게 가슴 후련함을 보여줬다.

그런 이승엽이 찬밥아닌 찬밥 신세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쓰렸다.

하지만 이승엽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하며 주니치전 홈런 3방을 도쿄 돔 상공 위로 쏘아 올렸다.

홈런 뿐만 아니라 특유의 선구안으로 안타와 볼넷을 얻어내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이런 극적인 반전에도 이승엽은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홈런보다 3개의 안타를 쳤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는 말로 자신의 타격감이 정상궤적을 그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항상 변함없는 성실함과 꾸준한 연습으로 자신의 위기를 극복한 이승엽. 앞으로 이승엽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상태라면 우리가 늘상 지켜봐 왔던 승짱 이승엽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예단해 본다.

이승엽 말고 또 한 명의 성실맨이 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세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로 불리울 만큼 그라운드 내에서의 그의 활동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그가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얼굴조차 내밀지 못했다.

득점력 부재라는 이유만으로 나니에게 밀리면서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문앞에서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번 시즌 감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주전으로 도약,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상대의 빈공간을 빠고드는 자신만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며 중요한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서면서 동료와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각인시켰다.

처음 그가 맨유에 입단할 당시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맨유를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 영국 현지언론들은 박지성을 찬양하며 맨유의 보이지 않은 숨은 영웅으로 그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그가 보여준 골감각은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던 골결정력 부재라는 수식어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들즈브러전에서의 환상적인 왼발 슛과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보여준 그림같은 선제골은 그가 왜 맨유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2경기 연속골은 퍼거슨 감독으로 이번 챔스 결승전에서는 박지성을 기용할 것이란 확실한 암시를 이끌어냈다.

이들 두 명의 스포츠 스타의 공통점은 성실함이다.

또한 비관적인 생각이 아닌 낙관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능력을 믿고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그 기회를 잡았다는 데 있다.

즉 준비된 자세로 모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 이들 두명의 스타가 보여준 장점이다.

이들을 모델로 삼아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비관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믿으라고, 성실함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그럴 때 기회가 왔을 때 비로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운동을 하다 보면 주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의기소침해 질 수도, 자신의 실력을 의심할 수도, 성실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이겨내야 비로소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코 지지 않는 악바리 근성을 보여줘야 한다.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결코 넘어지지 않는 오뚜기처럼 결코 좌절하거나 중도에 포기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이것은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런 힘겨운 단계를 넘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부쩍 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시련에 굴복해선 안된다. 그리고 그 시련을 친구처럼 사귀어라.

시련을 시련이라 생각하지 않을 때 그 시련은 도전이요, 즐거움이요, 자신을 성숙시키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고  안  석
편집/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