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대 총장 임용, 왜 늦추나
“특정음해 세력 ‘투서질’에 정부가 놀아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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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총장 임용지연에 말들이 많다. “특정음해 세력의 투서에 정부가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갖가지 소문이 새끼 치며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대 교수회도 6일 ‘조속임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까지 발표 했다. 교수회는 이 성명에서 ‘총장공백으로 인한 대학운영의 차질’을 우려하고 ‘신속하게 총장을 임용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교수들은 “총장 임용지연은 전혀 예기지 못한 상황으로 대학 구성원과 도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총장선거는 역대 어느 총장선거와는 달리 선관위의 엄격한 선거관리와 감독아래 실시 됐고 선거과정에서도 단 한건의 부정사례도 없었는데도 정부가 막연하고 애매한 검증 절차를 이유로 공식 임용을 지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지방대학 경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교수회의 입장은 도민사회라 해서 다르지 않다.
대학 구성원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총장임용 후보자를 정부에서 발목을 잡으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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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총장선거는 지난 1월21일 치러졌다. 여기서 과반 득표를 넘긴 1순위 후보자와 차순위 후보자가 결정됐다. 제주대 측은 이를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 했다.
그런데 교과부는 선거가 끝난지 100일을 훨씬 넘겼고 교과부가 요청한 임용관련 서류를 제출한지 70여일이 지나도록 총장을 임용하지 않고 있다. 1순위 임용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 사이 직전 총장은 이임했다. 이 때문에 대학은 비상체제라 할 수 있는 총장 대행체제다.
사실 임용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이미 선거과정과 선거결과에서 끝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임용후보자에 대한 검증 운운하면서 총장임용을 지연시키는 것을 대학사회나 도민들은 이해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이나 도민사회에서는 1순위 임용후보자의 임용을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후보자를 흠집 내기 위한 음해세력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실명으로 거론 되고 있는 이 음해세력은 중앙의 온갖 배후를 동원해서 후보자를 낙마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에 놀아나 몇 십 년 교수직을 수행해 왔고 직접선거에 의해 투표로 선출된 사실상 검증이 끝난 임용후보자를 검증을 이유로 무작정 임용을 지연시키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무책임만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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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은 제주거점 대학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막대한 영향력이 미치는 사회조직이다. 이런 조직의 수장이 임용되지 않는 것은 대학의 행정공백은 물론 제주지역 발전에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대학이 할 일은 쌓여있다. 제주시 지역상권의 핵이라 할 수 있었던 3도동의 구 제주대학 병원이 활용방안이 지역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때다. 여기에는 총장의 고도의 경영능력과 지역밀착형 산.학 협동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풀어야 할 대학 내 문제도 산적해 있다. 새 총장의 대학 발전방안 제시 및 구체적 실천방안 마련, 법학전문대학원의 연착륙 문제, 2009학년도 기성회예산 편성 및 2010년도 내년 예산작업 방향, 선거갈등 치유와 대학발전기금 모금 활동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총장 임용이 시급한 이유다.
선거로 당선된 임용후보자에 대한 총장 임용은 대학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이며 도민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지역분란을 부추기거나 지역대학을 업신여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총장임용을 늦출 이유가 없다.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일이 아니다. 순리와 원칙의 문제다. 그래서 제주대 총장 임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