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승복
지난 21일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후 헌재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번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릴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불문법(不文法)의 일종인 관습헌법의 개념으로 일반 성문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관습법이 성문법을 무력화 시켰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결정과정을 세밀하게 지켜본 헌법학자들은 물론 위헌재청을 신청한 청구인들은 처음부터 ‘관습헌법’을 인용하는 등 관습헌법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역시 이 과정에서 관습헌법 연구가 활발한 프랑스의 사례를 집중 연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편적 헌법원리에 대해 국민 사이에 확고하게 형성된 관례’를 관습헌법으로 규정한 헌재는 이 같은 선상에서 현행 헌법에는 ‘수도=서울’이라는 명문 규정이 없지만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로 보아야 하며 서울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 등 절차를 거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이 난 뒤 특히 여당 내 일부 인사들과 일부 진보단체 등을 중심으로 헌재의 결정을 집중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여당 등 일부에서는 “낡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상식이하의 결정” 또는 “헌법과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한 결정”등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처럼 주장하고 있는 계층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번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을 각하결정했을 때에는 ‘현명하고 지당한 결정’이라고 지지했던 부류다.
△헌재의 결정 후 각 언론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최소 60%이상의 국민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국민은 30~40%에 그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헌재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은 헌재의 경정을 부정할 경우 결과적으로 헌법기관에 대한 존엄성과 권능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민들은 헌법상의 기구를 무력화시킨 피해가 고스란히 힘없는 백성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관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내 뜻과 어긋나면 ‘잘못된 결정’이고 내 뜻과 같으면 ‘현명한 결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하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사회다.
비판이라는 목소리 아래 법치주의 근간마저 거부한다면 우리사회는 더욱 반목과 갈등으로 갈라질 수 밖에 없다.
승복의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