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해명

2009-04-19     김종현



요즘 ‘박연차 리스트’다 ‘장자연 리스트’다 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서는 검찰의 최종 목표가 노무현 대통령이 되면서 조만간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 나오는 모습을 다시 볼 것 같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노대통령 측이 받았다는 600만 달러가 과연 어떤 돈인지가 관심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이 돈을 받았다고 해명한데 이어 후원자이던 강금원씨의 구속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며 나름대로 항변을 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해명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또 다른 의심을 하곤 한다.

노 전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돈이 대통령에게 간 것이 아니냐”, “아들의 유학경비로 쓰인 것이 아니냐”, “유학경비 치고는 많지 않느냐”. “대통령에게 준 뇌물이 아니고 가족같은 사람끼리 오고 간 사업 경비라고 해도 받지 말았어야 했다” 등등.

지금까지 검찰에서 흘러나온 얘기와 노전 대통령의 해명을 이러저리 맞춰봐도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그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해명만은 믿고 싶을 뿐이다.

그동안 큰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우리가 들었던 해명들이 대개 “아니었습니다”로 끝났지만 이번만은 정말 해명이 맞기를 바란다.

개인간의 사적인 거래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일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말했듯이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일도 부끄러운 일인데 더 이상 또 무슨 우리의 자존심을 꺽는 일이 필요한가 .

장자연 리스트에는 중앙 언론사, 스포츠 신문 대표가 누구냐가 가장 큰 관심이다.

 민주당 이종걸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리스트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진 해당 언론사의 실명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자 해당 신문사는 국회출입 기자들에게 실명을 밝히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며 절대 회사명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언론들도 이 신문사가 관련돼 있다는 내용은 함구했다.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경찰 조사가 용두사미로 빠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분명 위험한 일이다.

조선일보의 "조“자만 거론해도 가만 있지 않겠다는 상황이니 더 할 말이 있겠는가.

그런데 조선일보가 이종걸 의원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해당언론사가 조선일보임이 알려지게 됐다.

조선일보는 자사의 사주가 전혀 장자연 리스트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조선일보 역시 제발 장자연과는 관련 없기를 바라는데 다만 조사는 확실히 받고 관계없음을 밝힌다면 더욱 떳떳하지 않을까. 뒷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조사가 필요하다.

장자연 수사와 관련해 또 하나 재미있는 해명사건이 있다.

경찰청장 자신이 과거에 기자들에게 접대를 하며 호텔방 열쇠를 쥐어준 적이 있다고 말한 사건이다. 이어 “성매매 문제는 처리가 난감한 문제라 기자들에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청장의 이 말은 “기자들에게 성매매를 시켜준 경험으로 볼 때 성접대 의혹 사건을 기자들은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묻고 싶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비보도로 대충 넘어가려다가 나중에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바람에 경찰청장이 궁지에 몰렸다고 한다.

 경찰청장은 문제가 커지자 “기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말이 아니라 술이 많이 취했길래 재울려고 호텔에 데려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말이 맞는지 후속 취재는 없었다. 해명이 잘 됐나 보다.

청와대의 해명사건은 여러 건이 있지만 한가지만 되돌아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 일이다.

이대통령이 한국 지도를 가리키며 부시에게 “이것이 독도입니다”라고 하자 부시는 “그렇습니까?”라고 말했고 이어 “I know(알겠습니다) 또는 (압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부시가 “I know Tokdo.(나는 독도를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부시가 “I see.”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도를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의 “I know”로 받아 들일 수도 있다.

학창시절 배운 영어를 기억해 보면 I know는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답할 때 쓰는 말이므로 이동관 대변인의 해석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이 대변인이 외교관례를 벗어나 아전 인수격 해석을 했다며 비난했다.

해명이 해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대변인은 딴지를 건 기자가 섭섭하다 못해 영어 실력을 의심할 지도 모르겠다.

위의 예에서 보듯 해명은 타당성이 있는 것도 있고 얼토당토아니한 것도 있다. 모든 해명이 거짓은 아니다.

검찰 수사, 법원 판결도 잘못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모든 만사가 풀리길 바란다.

김  종  현
기획/특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