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2004-10-23     제주타임스

지금 우리에게는 할 일이 많다. 행정계층구조 문제도 어떻든 매듭지어야 한다. 지방 공기업도 바르게 정립해야 한다. 감귤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수렁에 빠진 지역경제도 살려내야 한다. 그것을 일일이 거론하는 것이 번거로울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안이 급박하고 문제가 복잡할수록 절차를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안의 시급성만을 강조하여 마땅히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행정을 하다보면 시한에 쫒기거나, 일의 성질상 주민의견을 듣는 것이 번거로울 때가 없지 않다. 주민에게 알리는 것이 오히려 주민간에 심각한 의견대립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주민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려는 행정태도의 확립은 중요하다. 독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우리의 주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민의 의견을 듣는다는 제도화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필연적으로 비제도화된 행동을 자극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주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실질적이어야 한다. 지방선거시 지지해준 계층의 의견을 들어 마치 그것을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하거나, 한 두 사람의 의견을 들어 면책의 구실로 삼는다면, 그것은 주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왜곡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주민의 의견을 듣는 내용도 다양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폭도 넓어야 한다. 주민의 찬반이 갈리는 사항이나, 반드시 주민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 법령에 규정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고, 주민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은 사전에 충분한 여론 수집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민투표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일 수 있다.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피는 도정 책임자의 자세의 확립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