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누가 제주관광의 발목을 잡는가?
제주시 지역의 한 유명관광지 대표는 기자에게 "몇천원 하는 관광지 입장료 10% 깎아 준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지 의문이다.
항공료 인하 효과와 비교할 때 간에 기별이나 갈까?"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골프장 회원들이 대부분 타 지방 골퍼들이어서 주말에 제주에서 골프를 즐기고 싶어도 정작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도내 회원제골프장 관계자의 말이다.
"만만한 골프장과 관광지, 음식점 등에만 반 강제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할 뿐, 도지사가 대형 항공사에 요금을 내리라고 압력을 가한 적이 있는가. 사실상 '애걸' 수준의 요청이어서 대기업 항공사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관광업계는 여전히 부담되는 비싼 항공료와 항공좌석난이 제주 관광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제주 여행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시 항공료와 숙박, 식음료 비용이다.
도와 관광협회는 내국인면세점에서 명품이나 양주를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골퍼들의 경우 타지방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 항공료는 충분히 빠진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이 느끼는 제주 여행비용은 부담이다.
비싼 음식값도 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이들은 제주에 오면 횟집을 즐겨 찾는다.
사면이 바다인 터라 제주도는 싱싱한 횟값이 아무래도 싸겠지라고 생각하다간 낭패를 본 다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불평이다.
한 사람 당 5만원 이상은 부담해야 비교적 고급회를 즐길 수 있는 게 제주 여행의 현실이다.
제주도는 지난 해 부터 관광업계 가격인하 정책에 강공 드라이브로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제주여행 비용이 예전에 비해 20~30% 낮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항공사들은 성수기는 제외하고 어차피 할인해 주는 비수기에 요금을 깎아주고, 일부 음식점은 마지못해 선호하지 않는 메뉴 가격을 내리는 등 생색내기식.울며겨자먹기식 으로 참여하고 있다.
항공료는 내리지 않고 관광지 입장료와 음식값을 조금 내렸다 해서 제주로 여행객을 유인하기엔 역부족이다.
되풀이되는 항공좌석난도 제주관광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닷새간의 '최장' 연휴로 꼽히는 5월 초 연휴에 제주도 항공권이 이미 동 나 제주 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4월과 5월 제주 관광 성수기에 항공대란이 되풀이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뒤늦게 관광성수기에 제주노선을 운항하는 항공기의 기종을 대형화하고 특별기를 투입해 공급좌석을 늘려 달라는 제주도의 건의에 따라 4월과 5월 제주 노선 항공좌석을 월 141만석에서 150만석으로 9만석(6%) 늘리기로 했다.
즐길거리 살거리가 없다는 점도 제주관광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날씨가 궂은 날이 좋은 날 보다 훨씬 많은 기후 여건 때문에 전천후 휴양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게 제주도다.
모처럼 관광을 왔다가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는 날엔 가볼만한 곳이 없다.
밤에는 갈 곳도 즐길거리마저 없다.
'제주도까지 와서 호텔 방에 죽치고 앉아 고스톱이나 쳐야 겠냐'
관광객들에게 지겹도록 듣는 제주 관광의 한계다.
'엔고' 영향으로 거의 매일 1만 명에 가까운 일본인이 한국을 찾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주로 싼 값에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울에 도착하면 곧바로 명동, 남대문, 용산 전자상가, 여주 아울렛 등 쇼핑 명소를 차례로 돌면서 한 아름씩 물건을 구매한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만난 한 명품매장 관계자는 "일본인 고객들이 한번 매장을 휩쓸고 지나가면 통 크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물건을 사가기도 한다"면서 "일본에서 한 벌 살 돈으로 이곳에서는 여러 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제관광지라는 제주도는 이 같은 '엔고 특수'가 남 이야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환율 상승에 따라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본 관광객이 국내에 몰려들고 있으나 제주는 쇼핑할 곳이 없어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가 손가락만 빨고 있는 셈이다.
제주를 찾는 일본인관광객도 대부분 장년 노년 층으로 젊은층보다는 지갑을 덜 연다.
과도한 송객 수수료도 여행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고질적인 고비용 관광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제주도가 송객수수료 투명성 확보에 나선 가운데 렌터카 업체들이 먼저 렌터카 요금을 계약서와 세금계산서에 의해 투명하게 거래할 것을 결의했다.
제주도가 송객수수료 양성화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관광사업체 지정때 불이익을 주기로 했지만 나머지 업계의 동참은 미흡한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광종사자들의 의식 문제다.
수입과 직결된 문제여서 투명성 확보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는 불경기와 고환율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국내 여행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로 1980~90년대 이후 '제2의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가장 여행하고 싶은 국내 여행지로 제주가 선정됐다.
'신혼여행의 메카' '한국관광의 1번지'란 옛 명성을 되찾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 여행은 여전히 비싸다'란 인식과 '접근성이 불편하다' '살거리 즐길거리가 없다'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관광객 800만명, 1000만명은 한낱 꿈에 그칠 수가 있다.
임 성 준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