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기자 性 접대는 비보도 합의? 누구 맘대로!
요즘 안부를 묻는 인사 중에 "연차수당 탔었어?" 라는 말이 나돈다. 이 말을 '아, 경기 침체로 경영이 어려운데 회사에서 제대로 연차수당은 주드냐?'로 해석하시면 큰 오해. 당신도 박연차 회장한테 좀 얻어 썼어? 라는 뜻으로 정계, 관계, 언론계 등에서 쓰이는 말이다.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되어서 뿐 아니라 청와대 성접대 의혹과 관련되어서도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향응이나 접대에 언론계는 자유로우냐도 따져야겠다. 언론계 인사들이 안마시술소 이름이나 룸싸롱 이름을 척척 외우고 위치도 척척 알고 하는 게 영 마땅치 않던 차에 기어코 사단이 벌어졌다.
기자 성접대는 비보도 합의?
지난 30일 경찰기강 확립, 비리 척결대책을 발표하고 강희락 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를 가진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경찰청장 왈, "성매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난감해 기자들에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다. 내가 경찰청 공보관을 끝내고 미국 연수를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술 한 잔 사라고 해서 술자리를 가진 뒤 2차를 갔다.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방 열쇠를 나눠주며 '내가 이 나이에 별일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런 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문제다"
강희락 경찰청장을 높게 사고 싶다. 기자들 앞에 놓고 '경찰간부가 그 나이에 그런 일 하고 있는 게 옳다고 보시오?' 물어준 것 고맙다.
그후 경찰청장이 "시대가 바뀌었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와전됐다. 지금은 그런 일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는데 해명 필요없다.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도 기자들은 자기 선배들 일이라며 비보도로 모두들 입을 닫고 있지 않은가.
모든 공보관과 홍보책임자들이 그동안 일을 다 털어놓아 보자, 그래야 언론계가 깨끗해진다. 꼭 그 일은 아니더라도 국가기관 예산으로 벌어지는 향응접대나 특혜는 없어져야 한다.
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언론이 나름 노력했지만 한참 부족하다. 언론이 경찰한테 도덕적으로 훈계 들으면서 언론 노릇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나. 각성하고 반성할 일이다.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최근 언론사들이 기업의 자금 유동성이 어려운 것을 기화로 어느 그룹의 자금 흐름이 위태롭다는 둥 어느 기업이 유동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둥 부정적인 기사를 써서 기업들을 압박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기사 빼주고 엿 바꿔 먹는다는….)
아예 그걸로 먹고 살려고 금융과 증권 쪽에 기자들을 집중 투입하는 언론사도 있다 한다. 지난해 연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업인들이 '언론들이 너무 심하게 나온다'고 하소연을 했고 대통령도 크게 화를 냈다고 전해진다.
검찰이 탐문에 나서고 수사를 진행 중이겠지만 이런 식의 기사가 장사된다며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달라붙어 과장된 기사를 남발한다면 도대체 기업을 어찌 경영하겠나.
지역도 마찬가지, 백화점 등 유통업체, 건설업체 공사현장에 찾아가 상습적으로 광고를 강요하거나 돈을 뜯어가는 기자들이 있어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서는 지난달 검찰에 체포된 언론사 지역 책임자도 있었다. 기사 쓰겠다고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돈 좀 달라며 뜯어가는 수준. 장학사업에 보태라며 매월 수십만 원 씩 뜯어가고, 급히 돈 좀 빌려 달라며 1천만 원 가져가고 안 갚고, 대기업이 공장 지으려고 터 닦으면서 돌이 쌓이자 필요하면 공짜로 가져가라 한 것을 석재업체에 내가 중개판매를 맡았다며 돌 값을 받아 챙기고….
자기가 대표로 있는 언론사 사무실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백화점들은 이것 저것 규정을 어기거나 불편한 것들을 언론사가 기동취재반이라고 나타나 사진을 찍어간 뒤 "광고 주면 안 잡아 먹지" 스타일로 홍보비를 빼간다고 아우성이다.
기자들이 이렇게 헤집고 가면 공무원들이 나타나 다시 들쑤시는 통에 한 번 걸리면 좌우 컴비네이션으로 당한다는 하소연.
언론사 차원에서의 광고를 요구하는 사례 이외에도 회사 몰래 자기 용돈을 뜯어가거나 이권을 챙겨가는 기자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중요한 인수 합병 결정하는데 나타나 부정적인 기사를 쓸까 말까 고민한다면서 옆구리 마구 쑤시고 돈을 받아가는 기자도 있다 하고, 아파트 건설분양과 관련해 긍정적인 기사 써주고 대가로 이득을 챙겨가는 기자도 신고됐다.
기존의 언론들의 행태가 이러면 반드시 횡행하는 것이 사이비언론의 횡포. 1일 수원지검에 체포된 사기꾼은 아예 경기도 안산시에 방송사 지부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공장과 사업장을 돌며 환경오염 고발하겠다며 돈을 뜯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늘 강조하지만 "회색은 검어지지 절대 희어지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라도 옳지 않으면 끓는 물에 손을 댄 것처럼 황급히 빠져 나오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저널리스트들이 자신이 맡은 일의 가치와 긍지를 지켜가 주기 바란다.
'梅一生寒 不賣香'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변 상 욱
CBS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