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뽀 최전방을 가다
"긴장ㆍ대립ㆍ화해ㆍ협력 공존"
'北로켓' DMZ 판문점ㆍ서해 최북단 긴장감 흘러
대성동 주민들, 차분한 분위기 속 장기화 우려
2009-03-29 임성준
세계 유일의 남ㆍ북냉전의 긴장과 대립의 역사 현장이며 세계 각국에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시켜주는 분단 상징이자 개성공단과 도라산역 등으로 화해 협력이 공존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서해 강화도 최북단을 찾았다. <편집자주>
지난 26일 그 어느 때보다 검문검색이 강화된 1사단 민통선(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15㎞ 이내의 민간인 통제구역)을 통과하고 들어 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국지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판문점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UN과 남북 공동경비구역으로 정해졌으며, 전후좌우의 거리가 800m에 불과한 좁은 공간이다.
군사분계선을 50여m 앞두고 있다.
북한군 경계 초소와 우리 군 초소는 불과 25m 사이를 두고 있다. 흰색 말뚝과 파란색 말뚝으로 경계가 표시돼 있다.
북한군은 1970년 이전에 건립된 2∼4층 규모의 흉물스러운 벽돌 건물의 경계초소를 최근 모두 신축해 낡은 남측 경계초소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권총을 휴대한 양측 경비병들이 폭 50㎝의 콘크리트 경계를 사이에 두고 미동도 하지 않고 양쪽을 주시하고 있다.
남측 방문객들이 나타나자 북한군 경계병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JSA 경비대대 관계자는 "북한군 경비병을 향해 절대 손짓도 하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서남쪽 바로 옆에는 남측 비무장지대 내의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마을(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이 있다.
DMZ에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멀리 높게 솟은 깃발이 보인다. 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에서 올린 인공기다. 얼마 전까지 남한 대성동마을과 태극기와 인공기 깃발 높이로 '깃대전쟁'을 펼치던 곳이다.
인공기 크기가 가로 35m 세로 28m에, 평수로 따지면 450평, 무게만 100㎏이 넘어 40여명이 매달려 인공기를 올려야 했다고 한다. 워낙 무겁기 때문에 웬만한 바람엔 펄럭이지 않는다고 한다.
불과 1.8㎞ 사이를 두고 대성동 마을에도 남쪽에서 가장 큰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이러한 대형 깃발 2개가 서로 마주보며 그 위용과 대립을 상징하고 있다.
1982년까지 높이 85m였던 대성동 태극기 게양대를 100m로 높이자 북의 기정동의 인공기 게양대는 80m에서 2배인 160m로 높였다고 한다. 세계 최고 높이의 국기게양대다.
남측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민간인 거주지이며, '자유의 마을'이란 호칭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해져 있는 대성동 마을엔 현재 49가구 198명이 등록돼 있지만 실제 거주자는 100명 남짓이다.
주민들은 국방과 납세의무가 면제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바로 다음 달인 8월 3일부터 군사정전위원회가 이곳을 '자유의 마을'이라 명명했다.
국군이 아닌 유엔군 관할로 유엔군이 허가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주민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내심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채 상황의 장기화를 걱정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살펴봤지만 짙은 안개 탓에 시야에 잘 잡히지 않았다.
DMZ에 위치한 전망대로 북한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남측의 최북단 전망대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전망대 우리 군 관계자는 "맑은 날엔 8-10㎞ 거리의 개성시내와 개성공단, 김일성 동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남북화해의 기념비적 장소인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
DMZ 남방한계선에서 700여m 떨어진 남측 최북단 국제역인 도라산역에 들어서자 '남쪽의 마지막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번째 역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동시에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교류의 관문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라산역에는 서울까지 56㎞, 평양까지는 205㎞라는 이정표가 있다.
서해 접경지역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인천 강화군 최북단인 양사면에 위치한 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는 북한 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마을과 주민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뚜렷하게 보였다.
전방초소 해병대 2사단 경계병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등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