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의 그늘 - 노인자살
고령화 사회에 도달하는 시기는 국가마다 다르고 그 대응방안도 차이가 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에 도처에서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경고음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다'면서 78년을 함께한 93세의 남편이 치매에 걸린 94세 부인을 숨지게 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의하면 2003년 61세이상 노인자살자 수는 3,653명에 달해 3년전인 2000년(2,329명)에 비해 무려 56.8%나 늘어났다.
이처럼 노인 자살자 급증하면서 전체 자살자중에서 노인자살 증가율이 5.6배에 달하는등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이며, 자살하는 사람들중 4명 가운데 1명이상이 61세 이상 노인이며, 일별로 따지면 하루에도 10명의 노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 현재의 노인은 미래의 우리다.
불과 40년전인 1960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불과 55세였지만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생활환경의 향상, 보건·의료기술의 발달등으로 평균수명이 20년이상이나 길어지는 장수국가가 되었다. 장수사회의 실현은 우리의 오랜 소망이었으며, 분명 축복받아야 할 일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무거운 짐이되고 있다.
자식을 위해 일생동안 희생하며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에 대해서 소홀했던 현재의 노인세대들이 사회구조와 의식의 변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가치관의 붕괴와 그에 따른 가족기능의 약화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가족내에서 보호와 부양을 받을수 없게 된 상황에 처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가족부양체계의 붕괴와 아직 미약하기 짝이 없는 노인복지제도가 인생의 종착지점에 위치한 노인이 서둘러 스스로의 인생을 의도적으로 마감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내몰고 있는 것이다.
노인자살문제가 이처럼 급박해진 것은 노인자살의 원인이 개인적인 문제이든 사회적인 문제이든 자기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행위는 분명 현실의 강렬한 고통을 초래하는 문제 혹은 위기로부터 탈출, 도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저질러지는 일탈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노인자살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그들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하는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인 사회안전망의 체계가 적절히 그리고 충분히 기능하고 있지 못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노인인구를 중점대상으로하는 자살예방기관이 전무한 상태이며 더욱이 자살위험성이 높은 노인들을 대상으로하는 효과적이고도 혁신적인 대응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노인자살의 이면에 있는 사회문제가 무엇인가를 분석하여 그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적절한 대책을 세울 때 노인 자살율을 줄일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노인들이 보다 건전한 노후생활을 보낼수 있는 사회의 초석을 다질수 있을 것이다.
노인도 엄연한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며, 사회의 원로로서 최소한의 품위있는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논설위원 이 광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