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선원 구하다 숨진 '의로운 청년'
수산리 출신 양석원씨…취업 9일 만에 사고
방재안전관리사로 응급구조봉사에 열정 바쳐
2009-03-11 임성준
근해유자망어선 대양호 선원이었던 양석원씨(27.제주시 애월읍 수산리)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40분께 동료 선원 8명과 함께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동쪽 약 35마일 해상에서 그물을 놓는 작업을 하다 동료선원 정모씨(48)가 그물에 발이 걸려 바다에 떨어지자 정 씨를 구하려고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고무로 된 무거운 작업복을 입은 그대로 급하게 바다로 뛰어든 양씨는 물까지 스며든 옷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기진맥진해 허우적대다 가까스로 선장과 기관장 등에 의해 구조돼 통영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져 지난 6일 고향인 제주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실종된 정씨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했다.
양씨는 지난달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다며 선원으로 취업해 어선에 승선한 지 9일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방재안전관리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에서 등록자원봉사자로 일해 온 양씨는 응급구조사자격증을 따고 수영, 스킨스쿠버 등을 배우며 자원봉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려왔다.
양씨는 2006년 전북 정읍에 폭설이 내렸을 당시에도 바로 현장에 뛰어들어 구조활동을 벌였고, 그 공로로 받은 위로금 30만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어놓을 정도로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청년이었다.
그가 활동했던 연세대 방제안전관리연구센터의 센터장 조원철 교수와 봉사자들은 9일 홈페이지에서 추모의 글을 통해 "남달리 의협심이 강했던 봉사자 리더 양석원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방재안전관리사로서 의롭게 죽은 뜻을 기린다"며 "재난을 당한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그였기에 우리는 허탈한 마음을 더 갖게 된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서 양경종씨(55)와 부순자씨(50)의 2남2녀 중 첫째로 태어난 양석원씨는 물메초교, 귀일중, 제주상고(현 중앙고)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