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일출봉, 대나무와 전쟁중

분화구내 ‘이대’ 급속확산 5만㎡ 점령...고유 생태계 위협

2009-03-02     정흥남


세계자연유산인 동시에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성산일출봉이 대나무와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0년이후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과 함께 분과구내에 대나무(속칭 ‘이대’)가 급속하게 번지면서 이곳에 형성됐던 고유 식생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제주도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성산일출봉 분화구내에 5만㎡에 대나무가 서식하고 있다며 이에따라 대나무 서식을 차단, 이곳만의 고유한 식생보존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규모 대나무 제거작업을 벌인다고 2일 밝혔다.

성산일출봉 분화구 면적은 12만7000㎡에 이르고 있는데 현재 분화구 내부 평지를 비롯해 분화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절벽지대로까지 대나무가 급속하게 세를 넓히고 있다.

일출봉 분화구 대나무는 크게 11개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원래 성산일출봉에는 대나무가 없었는데 1960년대 전후로 이곳에 가축을 방목하던 일부 주민들이 인근 식산봉 등지에서 대나무를 가져와 심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에 심어진 대나무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세를 넓히면서 급기야 최근에는 이곳 고유 생태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성산일출봉 분화구 대나무 제거 문제는 2005년 당시 남제주군 때부터 심각성이 제기되면서 해마다 제거작업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나무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일출봉 대나무 제거작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대나무 세력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도는 지난해 1.9ha의 대나무 서식지에서 대나무 순 등 외형을 잘라내는 제거 작업을 벌인데 이어 올해 사업비 2억4000만원을 투입, 대대적인 대나무 제거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성산일출봉 대나무 서식실태와 제거방법 등을 연구해 온 고정군 제주도환경자원연구원 박사는 “일출봉 대나무 제거작업은 문화재구역이라는 특성상 문화재청이 승인한 현상변경의 범주내에서 극히 제한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동일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지상으로 나온 죽순 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인 성산일출봉은 2007년 6월 27일 ‘성산일출봉 응회구(Seongsan Ilchulbong Tuff Cone)’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제주의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