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없다

2004-10-19     고안석 기자

한국축구하면 중원에서의 압박이 강한 팀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강한 허리를 바탕으로 좌우 양쪽에서 위협적인 속공 패스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 팀이 세계의 골리앗들을 잇따라 쓰러트린 저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된 듯한 느낌이다. 지난 레바논과의 일전을 놓고 볼 때 우리 축구의 허리는 더이상 없었다. 소위 뻥축구의 부활을 알리는 서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을 잡고 있는 선수들의 어설픈 드리블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했고, 상대방의 공격에 우왕좌왕하는 수비수들의 모습은 신뢰를 주지 못했다. 선제골을 넣고서도 그 골을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은 1점 승부의 미묘한 희열을 일찍감치 앗아가 버렸다.

수비불안과 공격에서의 결정력 부족은 여전했다. 수많은 슈팅을 하고도 단 1골에 만족해야 했던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수비수와 골키퍼의 호흡 불안으로 상대에게 1점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우리 팀의 수비난조를 볼 수 있었다.

오즉하면 축구 해설위원들이 한 목소리로 세대교체니, 조직력 강화니 하는 말들을 쏟아 내겠는가. 그만큼 우리 축구팀이 어설픈 경기를 그것도 월드컵 진출의 교두보 확보에 있어 반드시 상대를 제압해야 할 경기에서 펼쳤던 것이다.

이제는 솎아내야 할 싹은 과감하게 솎아내고 새 싹에 새로운 희망을 걸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벌써 다른 국가에서는 세대교체 작업이 한창이고, 교체된 선수들로 월드컵 예선을 맞고 있다.

조직력 와해니, 시간이 없다는 말로 이 일을 회피해선 안된다. 그동안 손발을 맞춰왔다던 현 대표팀의 모습을 한 번 생각해 봐라. 레바논과의 경기가 오래동안 손발을 맞춰온 모습인가.

최근 청소년 대표팀이 보여줬던 모습은 우리 한국 축구팀이 지양해야 모습이다. 시간이 없었다는 감독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기를 거듭할 수록 우리의 진 면목을 볼 수 있었다. 강한 중원 장악력을 엿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가 퇴출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당한 경합을 통해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축구의 비상이라는 대명분을 위해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안될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