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도로정책...시민들 골탕

개설.확장 사업비 298億-관리.유지비 ‘0’

2004-10-19     정흥남 기자

생색내기 도로정책...시민들 골탕
제주시내 차도.인도 곳곳 ‘갈라지고 패이고’...민원 들끓어
市, “올해 그냥 보내고 내년 예산 확보”



18일 낮 제주대학교 병원이 들어선 중앙로 서쪽 700여m 도로구간.
곳곳이 패이고 갈라져 이곳을 왕래하는 시민들은 물론 차량 운전자들 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만이 아니다.
수백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 목관아지와 중앙로터리에 이르는 300여m의 대로 역시 올 여름 고온에 도로를 덮고 있던 아스팔트 곳곳이 녹아내려 도로 표면이 파도물결처럼 울퉁불퉁 했다.

또 하루 수백 대의 해상 화물운송 차량이 드나들고 있는 제주항 임항도로와 관광 및 드라이브 차량이 몰리고 있는 용두암 서쪽 해안도로 역시 곳곳이 패이고 갈라졌다.
이곳을 이용하는 보행자는 물론 차량 운전자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주시내 도로 곳곳이 이처럼 차량 운행 및 자연현상 등으로 훼손됐으나 제때 보수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제주시가 도로개설 및 확장사업에는 막대한 사업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올해의 경우 도로 유지 관리에는 한 푼도 확보하지 않아 시민들의 민원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올해 사업예산을 편성하면서 ‘제주다운 도로’사업을 벌인다는 취지로 모두 21개 노선에 양여금과 도비 보조금 및 자체 사업비 등 모두 298억5000만원을 투입, 25.47km에 대한 확장.개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반면 제주시는 올해 도로 유지.관리비로는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생색용’을 비춰질 수 있는 ‘도로 신설사업’에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한 반면 시민들이 불편과 직결되는 보수.정비 사업예산은 편성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평을 자초 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시가 보수.정비해야 하는 도로는 국도 4개 노선 72km, 지방도 4개 노선 16km 및 시도 3947개 노선 1334km 등 모두 3955개 노선 총연장 1443km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최소 도로개설사업비의 5%이상은 유지.보수 사업비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마저 예산에 반영이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정비차질로 인한 민원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급한 지역을 대상으로 풀 예산 등을 임시로 전용, 보수 사업을 벌이고 있어 완전한 정비 사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예산 편성과정에서부터 제도적으로 도로 보수.관리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