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도 못 파는데 남의 것 사달라니"
양배추 강매에 곳곳서 원성…읍ㆍ면ㆍ동 가구수 50% 할당
민공노, "근시안적 강매" 중단 촉구
"내 것도 못 파는데 남의 것을 사달라니…"
제주도와 행정시가 양배추 판촉에 매달리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의 '강매 행정'에 곳곳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제주시가 읍면동 관내 전체 가구수의 50%에 양배추 판매를 추진하는 가운데 각 이사무소와 자생단체 사무실로 연일 트럭째 양배추가 배달되고 있다.
조천읍의 한 마을 이장은 19일 "우리지역 무, 배추 월동채소도 처리난과 함께 가격 하락세를 보이며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며 "이런 사정은 나 몰라라 하고 마을마다 할당량을 채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회관 마당마다 양배추가 수북히 쌓인 채 방치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본청의 경우 각 부서마다 할당량을 정함에 따라 소속 공무원 1인당 30망사씩 떠안고 있다.
게다가 행정에서 양배추 소비촉진 명목으로 농협을 통해 공급하는 가격은 1망사 당 3500원으로 시중 마트 등의 2000~2500원보다 훨씬 비싸 유통시장을 어지럽힌다며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복지시설이나 호텔, 음식점 등 실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는 곳은 그렇다 치더라도 건설업체와 공사 중인 골프장, 기관단체 등에도 수백에서 수천망사씩 사실상 구매를 강요하고 있어 이들이 양배추 처리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한 업체는 "감귤과 달리 다른 지방에 선물하기 위해 택배로 보낼 수도 없다"며 "몰래 갖다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민주공무원노조제주시지부는 19일 성명을 내고 "공급량 조절을 위한 것이라면, 소비촉진운동이란 미명 아래 공무원과 기관단체.업체 강매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농협에서 산지폐기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물량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부공무원 급여 반납은 17억원에 달하는 제주도 본청의 업무추진비 등 다른 가용 예산부터 삭감하고 나서 검토되야 할 사안"이라며 "공무원 봉급 삭감을 통한 전시행정과 근시안적 양배추 강매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