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강매 논란 확산
공사 수주업체 할당…공무원노조, 중단 요청
도의회 복지안전위, 행정 의존주의 지적
2009-02-17 임성준
제주도와 행정시는 부서별 직원별로 양배추 구입 목표량을 설정하고 직원들에게 구입을 지시하고 관련 단체와 업체에 구매를 요청하고 있다.
제주시는 공무원과 단체에 이어 1000만원 이상 공사를 수주한 95개 업체에 608t을 구매토록 관련 부서를 통해 요청하도록 지시했다.
도청 일부 간부공무원은 관련 업체를 직접 방문해 구입을 요청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 공무원의 경우 1인당 30망사(10만여원 상당) 이상을 무조건 개인 구매하도록 아예 봉급에서 구매가를 원천 징수하고 있다.
업체들도 관련 부서의 요청에 따라 마지못해 막대한 물량을 구입하고서 처리를 못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양배추 수확 작업 인건비 마련을 위해 과장급 이상 간부 500여명의 성과상여금 등을 각출하는 것도 모자라 공사 수주업체에까지 강매토록하고 있어 공무원들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급기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제주시지부는 16일 본청과 읍면동 각 부서에 양배추 등 농산물 강매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전공노 시지부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 설정과 부서간 경쟁 등으로 인해 외부판촉 지원을 넘어서 강매가 예상돼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근시안적인 농가 지원에 지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박희수 의원은 17일 제주시 업무보고 질의에서 "최근 제주시 공사를 수주한 업체로부터 양배추 5000망사를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사람이 그 많은 양배추를 사서 어디에 쓰겠냐"며 "공사업체에 강매하고 공무원들의 월급에서 일괄 징수하는 것은 70년대 군사독재시절에나 가능했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제는 농민들 스스로의 자구책이 필요하다"며 "큰 수익이 났을 때 농민들 스스로 자조금을 마련해 둔다든지 계획생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철 의원도 "매번 이런 식이면 농민들의 경쟁력이 생기겠냐. 행정에 의지하려고만 할 것"이라며 "사정이 급하니까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더 이상 안된다"고 밝혔다.
강택상 제주시장은 "감귤의 경우에도 공무원 할당, 감산 노력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 체제를 갖춰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양배추도 계획생산, 유통혁신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또 "첫 매취사업인 만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농민들도 계획생산 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