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용산참사 이후, 德治도 생각하라

2009-02-08     김광호 대기자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법질서도 그냥 법질서가 아니라 ‘엄정한’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오히려 법질서 확립을 더 강조해 온 쪽은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정권이었다. 독재를 반대하는 학생과 재야 운동권의 잦은 시위로 정권의 존립이 위협받던 시절이었으므로 ‘법질서’는 정권유지의 수단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는 정착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법질서도 확립돼 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법질서 확립’이란 구호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직접 법질서를 강조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무너진 것일까.

물론, 이 대통령 스스로도 그런 생각에서 그랬던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5년간 성공적인 국정을 추진함에 있어 예상되는 가장 큰 검림돌이 집단 시위, 또는 폭력적 불법 시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 어떤 나라도 대통령이나 수상이 직접 전면에 나서서 ‘법질서 확립’을 외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딱히 대통령의 뜻이 그렇다면 법무부장관 등이 대신 나서는 선에서 그친다.

오히려 대통령은 덕치(德治)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법은 이미 정해진 규정이므로 그대로 적용하면 되고, 국민들도 그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기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용산참사’가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 대통령을 지나치게 의식한 데서 야기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강제 진압 방법이 일정 기간 대화와 설득으로 불법 시위를 중단할 명분과 시간을 주던 이전 정부와 큰 차이를 보였다.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잉진압’이란 일각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불법.폭력적인 시위라 해도, 공공의 안녕을 크게 해칠 점거 농성이 아닌 경우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흔히, 법치는 서구의 개인주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고, 덕치는 동양의 인본주의 사상을 기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서양의 국가 지도자들이 더 덕치를 중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최근 자신이 인선한 ‘정치적 대부’로 불리던 톰 대슐 보건부장관 지명자가 세금 탈루 의혹으로 낙마하자 “내가 큰 실수를 한 것같다”며 “내 탓”이라고 사과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줬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장관 내정자들이 자질과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지만, 오바마처럼 대통령이 “내 탓”이라고 진솔하게 적극적인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법조문의 합법성을 따지는 게 법치 이념이므로, 굳이 ‘법질서 확립’은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보다는 법적 제재가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덕치가 더 중요하다.

덕치는 도덕적 정당성 때문에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따른다. 결국 법치와 덕치를 아우르는 대통령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법치만 강조하면 사회가 경직되기 쉽지만, 덕치를 겸비하면 상호 보완적 관계가 유지돼 딱딱한 사회를 유연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용산 참사는 경찰의 사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됐다. 아다시피 경찰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룰 유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수 백 개의 화염병과 새총을 쏘아대는 건물 점거 농성자들의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명도 경찰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시위 중인 철거민 여러 명과 진압에 투입된 경찰관이 목숨을 잃은 것이 과잉진압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검찰도 경찰의 과잉진압 부분 철저히 규명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법치도 제대로 서고, 법치 일변도로 인해 상당 부분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의 도덕적 정당성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사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마땅히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김  광  호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