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서로 배려하는 작은 친절

2009-02-03     제주타임스


어느 책에서인가 인간이 발명한 ‘가장 이기적인 발명품’이 전화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전화라는 것은 편리하면서도 때로는 성가시기도 하다는 말에 크게 동감이 간다.

내가 필요할 때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전화를 걸 수 있어 편리하지만, 나의 사정과 관계없이 전화가 울릴 때에도 반드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성가시기도 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벨이 울리면 받아라!’ 라고 하는 무조건적인 명령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막무가내식의 명령의 성가심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전화를 걸 때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는 상대방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침범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예절’이다.

그 예절에는 전화를 받는 예절뿐만 아니라 전화를 거는 예절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편리함을 추구하고, 상대방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애석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저화를 걸고 받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자면, 자신이 드러날 때와 드러나지 않을 때의 그 사람의 행동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며칠 전에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었다.

잘못 걸려온 전화였는데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습니다.”라는 한 마디 말에 인색한 상대방은 잘못 걸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툭하고 끊어 버렸다.

또 한번은 평소에 온화하고 상냥한 지인이 전화를 잘못 걸고서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끊어버리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이는 남의 발을 밟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측컨대 이들은 자신도 깨닫지 못한 채, 상대방이 나를 모른다는 ‘익명성’이라는 그늘에 쉽게 몸을 숨겨 버렸을 것이다.

이는 예절이 없다는 것으로 표현될 뿐만 아니라, 익명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이름을 숨기는 것, 즉 자기 자신을 숨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문명의 발명품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인 발명품을 마구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선천적으로 ‘가장 이기적인 발명품’이라는 꼬리표를 지니고 태어난 전화이니 만큼, 예절이라는 태도로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서로가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작은 친절이 또 다른 친절을 낳아 서로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이니 만큼 전화를 거는 예절을 지켜야 할 것이다.

조  성  두
서부경찰서 정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