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람 ‘김우중’을 살리자
김우중은 제주사람이다.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저서에서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나의 뿌리는 제주도이다. 나의 아버지는 제주도지사를 지냈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 사람이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났다. 국민학교 때 대구에서 살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남사람이다. 나는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을 다니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니 나는 서울사람이기도 하다.”
위의 글에서 보듯이 김우중의 뿌리는 분명히 제주도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굳이 ‘대한민국’이 본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지역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을 터이다. 그의 지론대로라면 김우중을 제주사람으로만 한정짓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제주사람이다. 제주가 낳은 걸출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제주도에 이만한 거인이 있는가.
필자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들에게 투영된 최고의 인물은 당연히 이승만대통령이었다. 그 이상의 거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제일의 항일독립 투사요,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였다. 그래서 일부 추종자들은 ‘국부(國父)이승만’이라고 부추기고 있던 때였다.
더구나 그는 국정의 총 책임자인 현직 대통령이 아니던가. 누가 감히 그의 자리를 넘볼 수 있었겠는가. 그런 시절에 한 지식인의 글에서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라 안에서는 이승만이지만, 나라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이병철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병철은 누구인가. 삼성의 창업주이다. 떵떵거리는 정치가나 대통령보다도 재벌과 경제인이 더 유명하다니, 어린 마음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더욱 그 진가(眞價)를 발휘했던 사람 중에 우리 제주도 출신 경제인 ‘김우중’이 있다. 제주도의 가장 큰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금 경제사범으로 몰려 국외에서 수배를 받고 있다. 지구상의 어디에선가 살고는 있을 터이지만,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요즘 출판된 ‘잃어버린 영웅’이라는 책이 화제다. 김우중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 소설의 표지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그(김우중)는 젊은이들의 꿈이었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한 세기에 영웅이 몇 명이나 나오겠는가. 우리는 영웅을 잃어 버렸다.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영웅’도 만들어 국민의 정신적 지주로 받들고 있는데, 그를 잃은 건 국가적으로 큰 손해이다.” 정작 이 글을 쓴 안혜숙 작가는, 김우중의 본래 고향이 제주도인줄 조차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에서 국가기밀누설 혐의로 장기간 수감됐던 로버트 김(본명 : 김채곤)이 지난 7월, 칠년 반만에 석방되었다. 우리 해군의 영관 장교출신이다. 그가 투옥되었을 때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구제활동을 벌이지 않아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국익을 위해 일했던 사람을 그냥 저버릴 수는 결코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다행하게도 일반인들이 스스로 단체를 결성하고 후원금을 모으며 그의 뒷바라지와 석방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대조가 됐었다.
우리나라 4대 재벌의 하나이던 대우그룹의 창업자 김우중회장을 살리자. 비록 지금은 쫓기고 있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지만, 그도 한 때는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온 몸을 불태웠던 경제 애국자가 아니었던가. 우리 제주도에서부터 ‘김우중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자.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자. 큰 인물은 사람이 만들고 바로 그 사람들이 키워주는 것이다.
‘잃어버린 영웅’은 “그가 다시금 최고 경영자로 변신하기 위하여 유럽에서 재기(再起)를 다짐하고 있다”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비록 픽션이기는 하지만 필자도 이 작가와 같이 꼭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있다. 제주인들이여. 우리 제주사람 김우중을 살리자. 우리 고장에 영웅이 얼마나 나오겠는가.
제주산업정보대학장 이 용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