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이어도 문제
이어도는 제주인들의 구전을 통하여 나타나는 설화속의 이상향으로 인식되어왔는데 처음으로 이어도 전설을 채록한 사람은 일본인 다까하시(高橋亨)로 1929년에 모슬포 지역에서 이어도 전설을 채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도는 1900년 영국의 소코트라(Socotra)호가 암초에 부딪히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1938년 일본이 해저전선 중계시설과 등대시설을 설치할 목적으로 직경 15미터, 수면 위로 35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을 ‘소코트라암초(Socotra Rock)’에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 후 실체를 확인하려는 시도로 1951년에 한국산악회와 해군이 공동으로 이어도 탐사를 하였으며 소코트라암초를 확인하고 ‘대한민국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을 가라앉혔다.
1984년 3월에는 ‘KBSㆍ제주대학 파랑도 탐사반’이 마라도의 남서쪽 220도 방향으로 약 81해리의 해역에 위치한 암초인 ‘소코트라암초(Socotra Rock)’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1987년에는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소코트라 암초에 ‘이어도’ 등부표를 설치함으로써 이어도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공표하였다.
1990년대 후반에 ‘한ㆍ중 어업협정’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정부가 이어도 주변수역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제주도에서는 이어도에 수중표석(水中標石)을 세우는 이벤트를 통하여 이어도 및 그 상부수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였다.
중국은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할 당시부터 이의를 제기했는데 이 해역에서 일방적으로 한국이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 당국자는 이어도 수역은 한국 측에 근접한 수역인 만큼 우리가 명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반박하였고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하여 실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어도문제에 관하여 한국과 중국정부는 기본적으로 영토 관련 분쟁이 아니라 한ㆍ중 간 동중국해에서의 배타적경제수역 경계가 설정되지 않은 데 따른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어도는 바다 속에 잠긴 암초이기에 영토 분쟁과는 관계가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2006년 9월 14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쑤옌자오(蘇岩礁)는 동중국해 북부의 수면 아래에 있는 암초”라며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법률적인 효력이 없다”고 말했으며 “중국과 한국 사이에 이 섬을 둘러싼 영토분쟁은 없다”고 발표하였다.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나 한국과 더 가까운데, 한반도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떨어진 반면 중국은 ‘위산다오(余山島)’라는 곳을 기점으로287km(155해리) 떨어진 곳에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중국의 소암초 지킴이 제 1인자’로 부르는 왕젠싱(王建興)은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이어도가 중국령이라며 한국이 이곳에 설치한 해양과학기지를 철거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대만 등과 연계, 주권보호를 명목으로 한 민간단체 결성을 추진하였다.
왕젠싱은 쑤옌자오라는 이어도의 중국명을 사용하여 ‘중화 쑤옌자오 보위협회(中華保衛蘇岩礁協會)’를 결성하였다.
그는 “중국 인민은 한국정부가 쑤옌자오 위에 설치한 모든 불법 설치물을 철거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왕젠싱은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 ‘쑤옌자오’에 대한 중국 인민의 관심을 촉구할 것이며 이 단체를 중국인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마카오인도 참여하는 범중화권 단체로 발전시킬 계획을 밝혔으며 장기적으로는 이어도에 선박을 보내 ‘중국령’이라고 세워진 동패와 석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는 변변한 활동을 하지 못하였다.
왕젠싱은 2006년 8월에 게시판을 개설하여 거의 1년여를 버텼으나 결국 폐쇄되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500여 가지의 귀중한 실용적 정보들, 수백 장의 사진들과 천여 편의 게시 글들을 삭제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중국정부를 비판하며 2007년 9월에 중국에서 타이로 이주하였다
이어도를 지키려는 도민들의 확고한 의지는 필요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