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 들어사 곰바리 잡나… 영리법인, 기회를 놓칠라
‘물 들어사 곰바리 잡나’고 한다.
이 속담의 해석에는 양론이 있다.
곰바리(보말의 총칭 또는 남방울타리고둥) 잡기에는 아직 제 때가 안됐다, 또는 곰바리 잡을 시기를 이미 놓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보말 중에도 수두리보말(두드럭고둥)은 물이 들어야[潮間帶] 쉽게 잡을 수 있다.
‘물 싼 땐 나비잠 자당 물 들어사 바당에 든다(물 썬 때는 나비잠을 자다가 물이 들어야 바다에 간다)’는 속담도 무슨 일이든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모습을 꼬집고 있다.
김태환 도정이 연초부터 다급한 듯 나서는 것을 보니 이제야 ‘곰바리 잡기’에 나선 느낌이다.
제주도는 금년도 주요현안사항의 하나로 투자개방형병원 허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의료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제주의료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양질의 민간자본 유치를 통하여 의료산업 발전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이미 외국영리의료법인을 허용 받았으므로 3단계 계획으로 갈 게 아니라 의료관광 육성의 최우선과제로 국내 영리법인도 허용 받아 진작 시행했어야 했다.
제주도는 이미 외국영리법인이 가능한데다 의료관광육성 용역도 여러 차례 시행하여 의료관광을 육성하노라 하고 있으나 사실상 3년째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도시에서는 새 정부의 의료서비스 규제완화 등 ‘경제운용방향’과 최근의 의료법 개정을 의료관광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 외국인환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한편, 다양한 영리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육지부에서는 영리병원이 현실적으로 이미 시작되고 있다.
영리활동은 시장메커니즘에 따르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의료업에도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해야 자본투자의 물꼬를 터 의료인프라 확충을 통한 의료 질 향상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영리법인 병원 허용의 취지는 병원 경영에 외부로부터 투자의 길을 터서 효율적으로 조직화하자는데 있다.
영리조직은 외부의 투자자 또는 주주로부터 적절한 자금을 조달하고 시설을 확장하는 등 의료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입각하여 부와 자원의 분배를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영리법인 병원은 의료 상업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병원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수익을 창출하고자 외부의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우수한 의료진의 확보 등 우수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투자한다.
제주도정은 이러한 유리한 고지에서 여론조사 등 주춤하는 사이에 영리병원은 후발 주자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사안의 화급함을 깨달아야 한다.
때는 바야흐로 의료관광이나 영리법인 추진이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로 바꾸어진 시점이다.
이러다가 자칫 실기(失機)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
그러나, 다행히 도지사는 의료서비스의 선진화를 앞당기려면 내수기반을 조기 확대할 수 있도록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설립허용이 필요하다는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고, 관계관들도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어 보기가 좋다.
‘사농 들어사 개 고리친다(사냥철 들어야 개 가르친다)’지만, 김 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정이 국내 영리법인이 조속 시행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김 정 택
세종의원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