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상하이車, 그리고 제주개발
춘추시대 공자(孔子)에게 자하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 자하가 한 고을의 태수가 된 뒤 스승인 공자를 찾아갔다.
자하는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빨리 하려고 서둘지 말고 작은 이익을 꽤하지 말라”고 자하에게 말했다.
빨리 하려하면 일이 잘되지 않고, 작은 이익에 구애되면 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의 이 말에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바로 욕속부달(欲速不達)이다.
이 말은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꼬집는 사자성어로 회자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도정의 최고 과제로 경제 살리기를 표방했다.
제주도는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각종 대규모 국내외 자본 유치와 이의 연장선상에서 영리병원 재도입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맹목적 외부자본 유치는 허구
전국적으로 ‘상하아차’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는 천민자본의 속성과 함께 영리자본의 한 단면인 ‘먹튀’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먹튀’란 이익 또는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말 그대로 먹고 튄다는 뜻이다.
본사를 중국에 둔 상하이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이곳에서 고급 기술들만을 챙긴 뒤 중국으로 튀었다는 비난여론의 한 복판에 섰다.
2003년 연간 매출액 3조3000억, 순이익이 6000원에 이르던 쌍용자동차가 단돈 5900억원에 상하이차로 넘어간 것은 2005년 1월.
외국자본을 유치, 지역경제 회생과 채권회수를 통한 손실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국내 채권은행단은 쌍용차를 단순하게 중국자본에게 넘겨줬다.
그런데 믿었던(?) 상하이차가 최근 국제경제난 등을 이유로 슬그머니 쌍용차에서 손을 떼버린 것이다.
결국 쌍용차는 법정관리라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제주도 인구에 버금하는 40만명의 평택시는 졸지에 도시 전체가 부도공포를 맞고 있다.
외부의 대규모 자본 유치는 지역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긍정적 측면을 갖는다.
이같은 측면이 부각되면서 각 국가는 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외자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외부자본은 그 바탕에 숨겨진 자본의 기본속성이 무시된 채 좋은 면만 부각되고 있다.
자본은 그 속성상 ‘이익’이 날 수 없는 곳에 투자가 이뤄질 수 없으며, 냉정한 경영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투자를 멈춘 채 발을 뗄 수 밖에 없다.
상하이차 논쟁은 이런 대자본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맹목적 외부자본 옹호론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제주다움’이 가장 큰 경쟁력
제주도민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은 제주의 경쟁력을 말할 때 주저 없이 ‘제주다움’이라고 한다.
이는 실제 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연말 제주발전연구원이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제주를 찾은 관광객 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주관광의 가장 큰 장점으로 ‘청정 자연환경’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47.1%에 이르렀다.
이어 2위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21.6%를 차지했다.
관광객의 70%정도가 제주 관광의 장점으로 ‘제주다움’을 꼽은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 제주도민 70% 이상도 제주관광의 장점으로 ‘제주다움’으로 꼽았다.
제주도는 현재 대규모 외부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개발행위들을 허가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권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천혜의 제주경관이 훼손되고 그 훼손된 경관은 영원히 ‘제주다움’을 잠식하고 있다.
제주 천혜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대규모 외부자본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그곳에는 어김없이 거대한 철옹성이 세워져 도민들의 출입조차 제대로 허용되지 않은 ‘그들만의 제주’로 편입되고 있다.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개발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외면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개발의 결실이 대자본의 이익챙기기와 특정인의 치적 쌓기로 전락한 채 ‘제주다움’이 퇴색되고 도민들과 공감․호흡하지 않는다면 결코 바람직한 개발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공자는 치자(治者)의 도리를 이렇게 말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백성들을 편안케 하고 잘 먹고 잘살게 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공적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급히 벌려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득도 탐내지 말아야 한다. 자칫 목적달성은 커녕 백성들이 저항할 것이다”
정 흥 남
부국장/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