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순례 예찬

2009-01-14     제주타임스

제주올레(주)가 주관하는 제주도 걷기 여행에 며칠 참가했다.

제주 올레라는 말은 제주 사투리로 큰 도로에서 가정집 이문간까지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이 도보 순례는 제주의 모든 것, 자연. 문화, 전통, 생활 등등 제주의 속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제주 토박이기 때문에 신기한 생활문화를 접하진 못했지만 하루에 20km를 걸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을 챙기는 데는 이 이상이 없었다.

산림욕과 겨울철 일광욕은 보약보다 더 좋았다.

처음 날, 제주시 종합경기장 시계탑 앞에서 우리 오름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올레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교사가 당일 걷기 코스안내를 하며 하는 말이 ‘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을 하라고 했다. 오늘 운행 할 버스가 조금 지연된 것도 놀멍 쉬멍  자멍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늦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제주사람들의 정과 소박한 냄새가 풍긴다. 오늘 코스는 남원포구에서 출발해서 서귀포시 보목리 소재 쇠소깍이가 종점이란다.  도보의 소요시간은 5~6시간이다.

처음 출발하는 남원포구의 산책로는 하느님의 주신 천혜의 경관이다.

높이가 삼사층 건물 정도의 괴암절벽이 평풍을 만들고 그 주위에 제주토종의 상록수 군락지는 하느님의 제주에만 특별히 베푼 선물이다.

바닷물도  너무나 청명하다 바다 밑 조약돌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게다가 띄엄띄엄 부락 입구 옆에 있는 용천수는 물 색깔이 유별나게 곱고 맑다. 걸어가는 올레 길은 한사람 아니면 딱 두 사람정도 걸을 수 있는 오솔 길이다.

아스팔트길과 자동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오염된 마음을 치료 할 수 있는 청심환 같은 길이다. 이 오솔길 위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종교가 있고 사상이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니체의 권세욕을 생각하고, 마르크스의 물욕을 생각하고, 프로이트의 성욕을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이 길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다. 귀천을 따지지도 않고, 빈부를 구분하지도 않고, 찾아오는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상쾌한 피로감을 가지고 돌아 갈 수 있는 길이다. 어떤 사람은 맑은 공기와 일광욕, 산림욕을 하고 가간다.

어떤 사람은 울화를 풀고 가고, 어떤 사람은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씻고, 어떤 사람은 장사가 안 된 좌절을, 어떤 사람은 가족과 유명을 달리한 한을 풀고 집으로 간다. 

 이 오솔길은 삶에 따라다니는 그림자, 즉 짜증 울화 한숨과 좌절을 다 맡아서 용해시켜주는 길이다. 그리고 첫 사랑을 생각 할 수 있는 환상의 추억의 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걷기 여행이 좋은 것이다.

불가에서 행하는 삼보일배의 의미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한 걸음을 내 딛을 때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을 참회하고, 두 걸음 딛을 때 모든 생명을 연민하고, 세 걸음 딛을 때 모든 고통 받는 생명을 돕자는 결심을 한다고 한다.

물론 오늘 걷기 여행은 종교 행사는 아니다. 그러나 참석자 누구 한 사람도 술을 먹거나 순간적 쾌락을 위한 자의적인 행동을 하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걷기는 엄숙하고 숭고한 것일 수 있다.  걷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마음안정을 위해서 극히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삶의 자동으로 돌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와 동행한 친구에게  건강을 위해서 참여했나? 자연경관 구경과 순간의 즐거움 위해서인가? 참여한 목적을 물었다. 그런대 대답은 마음을 추스르고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바꾸기 위해서 왔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마음의 트러블(trouble)을 가진고 산다. 현대인들의 안고 있는 마음의 트러블은 자신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참고 견디는 습관으로 천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감정 속에는 자신의 명예, 돈, 성욕 등등 욕심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 욕심을 비우기 위해서는  걷기운동 이상이 없다고 한다.

걸을 때 명상은 너, 나, 이웃, 사회, 인류, 죽음 우주을 접하고 자성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은 다리가 쑤시고 아팠지만. 머리는 투명한 제주해안의 바닷물만큼이나 맑기만 했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