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주대 총장선거에 대한 단상(斷想)
앞으로 4년간 제주대를 이끌어 갈 총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
지난 주 모두 5명의 교수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모든 선거가 그렇듯 이번 제주대 총장선거도 꽤나 시끄러울 것 같다.
‘90억 공사 수의계약’ 논란에 이어 선거운동 초장부터 후보 간 ‘논문 표절’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라 하더라도 총장직선제를 채택하는 상황에선 선거 시 다소의 잡음은 불가피하다.
한 자리를 놓고 여럿이 경쟁하는 것이기에 치열한 ‘세 싸움’에 날선 공방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대학 선거는 다른 일반선거에 비해 수준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흑색선전, 비방 등 크게 일탈하지 않는다면 다소의 잡음은 용인할 수 있다.
조용한 선거가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번 총장선거는 비록 학내 선거이긴 하지만 지역 대표대학의 수장을 뽑는 도민의 행사다.
도민들도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와 정책비전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선거가 있는 듯 없는 듯 치러져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현직 총장이 출마하는 만큼 그의 지난 4년에 대한 평가의 성격도 갖는다.
전임의 공과(功過)를 놓고 후보들 간 날카로운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선 새해 벽두에 교수회에 의해 제기된 ‘국제언어문화교육센터 건립과 관련한 의혹’을 비롯해 ‘발전기금 모금실적 뻥튀기’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교육센터 건립 건은 도민들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고 총장과 발전기금재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90억 원짜리 공사를 타 지방 D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준 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이 문제는 ‘제주대와 지역과의 관계설정’과도 연결된다.
제주대는 도민들과 제주 연고자로부터 적잖은 발전기금을 기탁 받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들도 기회가 되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생(相生)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사 발주 때 지역업체를 배제한 것은 큰 실수다.
도민 입장에서는 “제주대는 아쉬울 때만 손을 벌린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내 건설업계에서는 이 공사 업체의 발전기금 7억원 출연과 설계변경추가공사비 7억5000만원 증액을 놓고 “그 조건으로 공사할 업체가 도내에도 줄을 섰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법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할 계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과정에서 교육센터 수의계약의 구체적 동기와 과정, 절차와 내용 등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래서 도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야 한다.
또 ‘논문 표절’ 시비도 분명히 가려져야 할 사항이다.
자신의 기존 논문을 보완해 발표하는 것이 표절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한쪽에서는 자신의 논문이더라도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표절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는 학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 일은 후보들이 선거과정에서 정리해야 한다.
총장은 대학을 대표하는 최고지도자로서 그에 걸맞은 도덕적 권위와 명예가 요구되는 자리다.
논문 표절문제를 정리 않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얼마 전 모 명문사립대 총장이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려 취임 직후 낙마한 일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안으로는 제주대 구성원들의 화합과 협력을 이끌어내고 밖으로는 대학 발전계획을 힘차게 추진할 수 있는 총장이 뽑혀 제주대가 전국의 명문 거점대학으로 성장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 경 훈
교육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