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개와 고양이 사이라는 말이 있다.
사이가 나쁜 모양을 제주에서는 '닭과 지네'를 빗댔고 중국사람들은 견원지간(犬猿之間) '개와 원숭이'를 비유했다.
또한 '개와 고양이'도 이에 못지 않게 불편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물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둘 사이는 결코 아무런 유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뿐으로 이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여긴다는 해석이다.
개인 경우 반가움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꼬리를 흔들며 앞발을 들어 덤빈다.
반면 고양이를 포함한 사자 등 고양이과 동물들은 앞발을 들고 다가오면 공격으로 받아들여 반격을 하게 된다.
개의 입장에서는 '반갑다고 했는데 때린다'고 생각할 것이고 고양이는 '가만히 있는데 죽이려 한다'면서 살기 위한 대응을 펼친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개와 고양이'같은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서로가 왜 그러는지 알아볼 사이도 없이 만나기만 하면 사생결단을 벌일 태세다.
이어지는 국정감사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정당의 목표가 정권을 쟁취하는 데 있고 우리 나라의 경우 '대선 승리'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쟁도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 때나 으르렁거리면서 도둑을 잡는 본연의 의무도 잊고 쥐가 지나가도 '소 닭 보듯'한다면 주인은 그들의 존재가치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집안의 식량이나 축낼 양이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개와 고양이가 힘을 모아 주인을 살려준 일도 있다.
우화속의 이야기지만 구슬을 잃어버린 주인을 위해 개와 고양이는 숙적관계를 잊고 산 넘고 물 건너 도둑을 찾아간다.
수영을 못하는 고양이를 개가 등에 태우고 물을 건너 결국 고양이의 날렵한 몸짓으로 구슬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
둘은 의기 양양하게 구슬을 입에 물고 주인을 찾아오고 이후 그 주인은 그들이 싸우든 말든 항상 애정 어린 눈길로 그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며 간간이 누가 옳고 그른지 일러 줬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정치권도 구슬을 찾으러 떠나야 한다.
비통에 잠긴 주인 옆에서 철없이 촐랑거리는 개와 고양이를 누가 좋다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