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지금 방송법에 목매달 때인가

2009-01-04     김광호 대기자

위기 극복, 정부만으론 안 된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나가겠다.

이에 걸맞은 국정쇄신도 계속 단행해 나가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한 말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30분간의 연설에서 ‘위기’란 말을 무려 29차례나 언급했다.

현실인식과 국정이 나아갈 바를 제대로 밝힌 연설로 보여진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는 대통령의 말과 정부의 힘 만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국민적 합의는 믿음이 가는 대통령과 신뢰할 수 있는 정부일 때 이뤄진다.

여기에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리 대통령이 나라와 경제의 위기를 강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동참을 호소한다 해도 정치권이 협조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또,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위기 극복 의지를 천명하면서 정치권에는 국민통합에 도움이 안 될 주문을 하거나, 알아서 하라는 방관적 자세를 견지한다면 이 또한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일 수 밖에 없다.

경제 위기 안중에 없는 국회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해외 토픽감 뉴스를 양산해 내고 있다.

전 세계가 어떻게 하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하루 속히 벗어날까 고민하면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난장판 국회가 되고 있다.

물론 쟁점 법안 중에는 금산분리법안 등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된 법안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과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여야 합의를 필요로 하는 법안들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경제위기 극복 정책에 적극 힘을 실어 줘야 할 여당인 한나라당의 오만은 도를 넘어섰다.

경제위기 극복 노력보다 오로지 쟁점 법안 처리에만 올인하지 못해 안달이다.

특히 방송법안은 국민적인 합의를 전제로 하는 법안이다.

 방송법안이 재벌과, ‘특정신문’(조ㆍ중ㆍ동)과, 정권을 위한 법안이라면 한 마디로 ‘불필요한 법안’이다.

한나라당은 왜 국민이 원하는 법안을 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하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법안의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지지하고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툭하면 국민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전에 입법 취지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 공감대를 얻어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위기 돌파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각국의 대통령들 가운데에는 위기를 자초한 대통령이 있고, 그 위기를 극복한 대통령들이 있다.

김영삼 정부가 자초한 IMF를 김대중 정부가 수습했고, 후버 대통령이 부른 미국의 대공황을 루즈벨트 대통령이 해결했다.

문민정부의 IMF는 대통령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 왔지만, 후버는 불황을 알면서 시기를 놓쳐 세계대공황을 불려 들였다.

시간이 흐르면 불황은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무능한 대통령’으로 오명을 남긴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위기’ 뒤에는 ‘기회’가 기다린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힘 만으로도, 정치권의 노력 만으로도 되는 게 아니다.

유능한 대통령(정부)과 정치권, 그리고 반드시 국민이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전국민 금 모으기가 우리나라의 IMF를 조기 졸업하는 전환점이 됐고,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쓰러져 가는 미국을 구했다.

지금 우리의 경제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위기를 넘어서야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똑 같다.

문제는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명심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IMF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금 모으기를 통한 국민통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경제위기도 국민통합을 전제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은 힘과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가 아닌,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국회로 전환시키는 데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방송법안 만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시급한 경제위기부터 극복한 뒤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다수 국민이 원하면 추진하고, 반대하면 미련없이 포기해야 한다.

아울러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통령 뿐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유보하라”고 한 마디 지침만 준다면 국회는 정상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위대한 국민들’도 난장판 국회로 인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대통령이 추진하는 ‘비상경제정부’에 적극 협조하려고 할 것이다.

김  광  호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