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재교육’ 잘 못 가고 있다
‘타고난 잠재력 계발교육’인데, 사교육 조장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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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은 인재육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인재를 키우는 일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기본법에 ‘영재교육’이 명시되고, 영재교육진흥법이 별도로 제정(2002년 3월1일 시행)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영재교육이 이러한 입법 취지대로 가지 않고 있어 문제다.
영재교육의 취지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조기에 발굴하여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시킨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개인(본인)의 자아실현을 도모하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기여케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 영재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천재냐, 신동이냐는 지능지수(IQ)에 의해 가려진다.
하지만 영재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다.
결국 지능과 재능만 다를 뿐, 타고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점만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전제하에서 보면, 천재와 신동과 영재 모두 선천적으로 나름대로의 재주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국가 차원의 영재교육 역시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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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나 신동이 만들어질 수 없듯이, 유아 때의 영재도 억지로 만든다고 모두 영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이 내년도 초.중.고교 영재교육 대상자 980명을 뽑는 모집에 3933명이 몰려 4.0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고 한다.
영재교육이 원래의 교육적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치열해진 것인 지, 학부모들의 무모하고 무분별한 경쟁심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인 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조건 자녀를 영재교육에 입교시키려는 일부 학부모들의 맹목적 사고도 문제지만, 교육당국의 잘못된 영재교육이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교육당국이 영재교육을 과대 포장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전체 초.중.고 재학생 가운데 1.04%인 980명을 영재교육 대상자로 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바로 이것이 경쟁률을 높이고, 많은 학생들을 사교육에 내몰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묻고 싶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영재교육에 참여하겠다고 지원서를 내도록 만드는 영재교육이 제대로 된 영재교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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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은 자칫 영재교육이 일반교육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먼저 영재교육 대상 선발 인원을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극소수 정예화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저 아이는 영재가 틀림없어”라고 인정하는 아이들만 선발해 교육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현재와 같은 선발 인원을 고수하거나, 해마다 영재를 늘릴 경우 영재교육 본래의 목적도 반감되고, 학교교육도 입시교육과 함께 영재교육 입교를 위한 교육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교육기본법상의 ‘영재교육’에는 ‘학문.예술 또는 체육 등의 분야에서 재능이 뛰어난 자(학생)를 영재교육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이들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당국이 이러한 교육기본법이 정한 영재교육의 취지를 그대로 이행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영재성 검사와 학문 적성검사를 전제로 수학.과학.영어 등에 편중해 선발하고 있다.
아마도 예술과 체육 분야도 영재교육의 대상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은 더 이상 학문 위주의 특정 분야에다 부풀리기식 영재교육이 아닌, 전 분야에 걸친 소수의 영재교육으로 영재교육 원래의 목적이 달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