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신체검증' 통해 유죄 판결
13살 피해자 진술ㆍ검찰 간접증거 뿐인 사건
지법, 공판서 확인…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
2008-12-22 김광호
제주지법이 공판(비공개)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피고인에 대한 신체의 특정 부위를 검증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모 피고인(47)에 대해 “의붓딸인 피해자에게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 밖에 없고, 검찰이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은 그에 기초한 간접증거 등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각 진술의 신빙성 여부였다.
김 피고인은 2003년 초여름 오후 8시께 제주시내 자신의 집 거실에서 당시 8살이던 의붓딸 A양(현재 13세)을 1차례 강제추행하고, 일주일 후 다시 1차례 강제추행했으며, 또 다음 날 오후 8시께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김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이 A양을 강제추행하거나 강간하려고 한 사실이 없고, 자신의 동거녀(A의 친모)와 헤어진 후 4년이 지난 시점에서 A양이 피해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린 점 등에 비춰 모녀가 금품을 받을 목적으로 자신을 허위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양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피해사실을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어머니가 딸과 짜고 허위사실을 꾸며 돈을 받아내려고 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런 판단아래 공판 과정에서 직접 김 피고인의 신체를 검증했다.
재판부는 “나이 어린 피해자가 피고인의 특정 부위의 모양이나 특징 등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이상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진술보다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다”며 김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제주지검은 피해자인 A양에 대한 조사 및 심리학적 진술 분석을 대검찰청 범죄수사 자문위원 및 심리담당 분석관에게 의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