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립고 인기회복 방안 찾아야

2008-12-14     한경훈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수험생에게 통보됨에 따라 대입 정시모집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도내 고등학교 간 보이지 않는 경쟁도 시작됐다.

대학 정시모집이 마무리되면 각 고교의 소위 일류대 입학률이 어떠했느니 하는 것이 한 동안 세간의 화제꺼리가 될 것이다.

학교 입장에서 이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 사안이다.

입시실적 여하에 따라 ‘일류고’ ‘이류고’로 자리매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립고보다는 공립고가 더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인기가 예전만 못해 그러지 않아도 입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제주시 평준화지역 일반계 공립고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내년도 제주시 평준화지역 8개 일반계고 신입생 원서접수 마감결과, 사립인 오현고와 신성여고의 1순위 지원자는 정원보다 각각 220명, 145명 많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전통의 명문 공립고 제주일고는 정원(+29)을 간신히 넘겼고, 중앙여고는 정원보다 지원자가 163명이나 부족했다.

평준화지역 전체 고교 경쟁률이 ‘1.04대 1’을 기록한 가운데 오현고가 최고(1.56대 1), 중앙여고가 최저(0.65대 1)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공립고의 위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제주일고의 경우 오랫동안 자타가 인정하는 도내 최고의 인기 학교였다.

공립고가 비선호 학교로 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최근의 대학 입시성과가 사립고에 비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과 저조의 가장 큰 요인은 전체적으로 공립고 교사들의 주인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주위의 시각이다.

학교를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사립고 교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말이다.

사립고 교사들은 중학교 성적 우수자를 유치하기 위해 학생 배정 이전부터 적극 나서고 있다.

입학 후에는 우수학생 기숙사를 통한 관리 등 입시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입시교육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입시 준비를 확실하게 해 주고 또한 실제 성과를 내는 학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그런 학교로 사립고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신입생 원서접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사립고 교사들이 노력과 열정이 교육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립고는 공교육의 얼굴이다.

공립고의 위상 추락은 공교육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공립고와 사립고가 균형을 이뤄 경쟁하는 구도가 돼야 학생들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공립고 인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학교장의 학교경영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 도내 모 사립고에서는 교장이 아침마다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을 맞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교사들도 못지않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학생들의 면학을 유도한 것이다.

학교 선호도에서 줄곧 밑바닥을 해메던 제주대사대부고의 경우 교장 공모제 시행 이후 인기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이 학교의 남자 신입생 과부족은 여전하지만 그 수가 계속 줄고 있고, 마찬가지로 과부족을 겪었던 여자 신입생은 내년에 정원보다 61명이 초과됐다.

공모교장이 남다른 열정으로 학교 분위기를 쇄신한 덕분이다.

‘적당주의’ 현실안주로는 학교를 일으킬 수 없다.

학부모와 학생에 감동을 줄 수 있는 학교 경영책을 제시해야 한다.

새정부 들어 교육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공개, 서울지역 고교선택제 도입 등 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공립고들이 이런 와중에서 살아남으려면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

한  경  훈
교육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