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따뜻한 겨울나기
어느덧 12월이다. 마침 엊그제 내린 눈 덕에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한층 고조된 듯하다. 1년 중 이맘때나 들을 수 있는 길거리의 캐롤과 트리장식도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한다. 그래서 12월은 한해가 저물어간다는 아쉬움보다는 즐거움이 있고 나눔과 소망이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추운 계절이니만큼 그동안 돌아보지 못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먹을거리며 입을거리며 아낌없이 쏟아주는 손길들을 볼때마다 가슴 한쪽이 뭉클하면서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감당해주는 그들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올해는 나도 한 몫 거들고 싶단 생각에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내 주위엔 누가 없을까? 분명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마치 뭔가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떠오른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챙겨주고 돌보지 못했던 내 부모, 바로 내 가족이었다.
경찰채용 시험 준비를 시작하던 2년 6개월 전, 만만치 않은 경쟁률과 나이까지 들어 시작한 공부인지라 부모님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2년 동안의 수험생활을 함께 하셨다.
매일같이 도시락 2개씩 싸주시면서 공부할 때 배고프면 안 된다고 용돈까지 챙겨주시고, 당신도 하루 종일 일에 치여 고단할 만도 한데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도서관까지 밤마다 데리러 오시던 부모님의 정성과 노고를, 합격만 하면 다 보상해 드리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어엿한 직장인이 된 지금도 난 여전히 어린애처럼 부모님에게 뭔가를 바라기만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자녀들은 착각하며 살아간다. 내 부모님은 항상 내곁에 있어줄 것으로...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언제나 그렇듯이 강하고 우직한 모습으로 내 곁을 지켜줄 것처럼 그렇게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 본 내 부모의 모습은 너무나도 약해져 있었다. 머리는 새하얗게 새어 있었고 손등엔 검버섯이 여기저기 새카맣게 올라와 있었으며 부실해진 치아탓에 드시고 싶은 음식 하나 제대로 못드시는 모습이었다.
세상에 좋은 부모, 나쁜 부모는 없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이상 모두 다 훌륭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오늘부터 효를 한가지씩 실천해 보는건 어떨까.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밖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며 담소도 나누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쐴겸 해안도로를 달리며 드라이브를 하는건 어떨까. 우리의 부모님은 어떤 큰 선물이 아닌 이런 작은 관심을 기다리고 계신지 모른다.
올 겨울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멀리서 찾기보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우리 부모님들께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식을 기다리며 쓸쓸한 연말을 보내는 노인들이 그 어느 해보다 적은 따뜻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수 연
서부경찰서 연동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