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경제위기와 보건 예산 축소"
체감 경기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조차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 인해서 미국의 구매력이 떨어져버린 탓이 우선 크다.
미국인들이 지나친 과소비에 젖어있다는 비난을 종종 받기도 하지만, 그 덕에 아시아 노동자들이 적은 돈이나마 임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까지의 연말 성수기가 지나면 미국의 소비시장이 침체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에 금융시장의 불안과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어느 정도로 더해지느냐에 따라서 그 불황의 깊이와 폭이 결정될 것이라 한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위기에 더해 국내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수출 의존적 경제 구조 탓에 수출 감소에 따른 임금 축소나 실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아파트 투기와 부동산 투자에 물려있는 엄청난 대출금 탓에 실질 구매력은 형편없이 떨어져 있고,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극에 달하면서 우리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러한 경제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적자 재정을 감수하고라도 복지예산을 늘려서 서민들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게 마땅한 일일 것이다.
정부도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실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필자의 전공과 관련이 있는 보건분야 예산을 들여다 보자.
액면으로 보면 2008년 계획안 504,819백만원에서 540,896백만원으로 7.1%가 증가된 것으로 제출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건분야 예산이 늘어난 것은 서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실제 사업비는 대폭 삭감된 반면 성장 동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연구개발비와 의료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비만 늘려 논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의 건강관리와 관련된 예산을 보면 절주사업 38.1%, 금연사업 13.8%, 암 검진 및 의료비 지원 11.7%, 암예방관리에 10.3%가 감소하였다.
또한 국민의 먹거리와 의료안전 분야를 보면 식품안전관리 9.9%, 혈액안전관리 예산의 43.7%가 줄어들었다.
취약한 지방의료 인프라 걔선 분야, 공공의료분야, 응급의료분야 예산 또한 적지 않게 축소되었다.
반면 보건산업육성지원 예산이 2008년 52억8천3백만원에서 177억6천4백만원으로 236.2%나 늘어났다.
보기에 따라서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곳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의 우리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예산이다.
어쨌든, 내년 국가예산에서 건강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들 예정이라니, 아무쪼록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건강을 스스로 잘 살펴야 할 듯싶다.
박 형 근
제주대학교 의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