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난한 할머니의 연말 성금

2008-12-04     제주타임스

거리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바람은 차갑고 을씨년스러울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나라나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살림살이가 곤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더 없이 혹독한 추위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이를 예고하듯 연말이 되면 이웃돕기 성금품이 줄을 이었던 예년의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거리의 자선남비에도 온기가 덥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모두가 어렵고 힘든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인정을 데우는 온정이 끊어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작지만 가진 것을 함께 나누려는 미덕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엮어온 공동체적 덕목이다.

어려운 이에게 손을 내밀고, 일으켜 세워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던 것이 우리의 전통적 양속이다.

 지금 몰아치는 경제적 한파도, 불안한 위기설도, 이렇게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이기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러기에 12월 초입에 기초생활 수급자인 표선면 70대 할머니의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 20만원 기탁은 혹독한 겨울에 함께 쬐는 화롯불이나 다름없다.

 남의 밭일을 하면서 푼푼이 모아두었던 돈을 5년 전부터 매해 연말이면 이웃돕기 성금으로 면사무소에 기탁해 왔다고 한다.

 할머니의 성금 20만원이 재벌들의 수십억, 수백억, 사회기부보다 더 따뜻하고, 더 포근하고, 더 빛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난하면서도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품을 내놓는 마음이 더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의 선행에서 혹독한 겨울을 이기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경제적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