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지면서 무리한 예산 편성 말라
수입 적으면 지출도 줄이는 현명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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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지방채(地方債)를 무리하게 발행하면서까지 지출예산을 마련하고 있다면 그것은 재고돼야 한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실의 2009년도 제주도예산안 검토보고서는 적어도 그러한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내년에 지방채 1246억 원을 발행, 26개 사업을 전개한다는 얘기다.
이는 올해 13개 사업 736억 원에 비하면 13개 사업 510억 원이나 더 불어난 셈이다.
더구나 새해 예산안에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대폭 감세(減稅)에 따른 세입 감소 추정 액 90억 원 조차 반영되지 않고 있어 기채 액과 더불어 세입규모를 과다하게 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져 주고 있다.
이러한 예산 편성 성향(性向)은 결국 선심성 사업을 위한 짜 맞추기식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꼭 필요한 사업이 있으면 기채도 불가피 하다.
그러나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업, 이를 테면 선심성에 가까운 사업을 위해 기채를 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하물며 종합부동산세 감세로 인한 세입 감소 추정치 90억 원까지 수입으로 잡았다면 그 자체가 ‘불확실 성’의 예산안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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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얻어 쓸 때는 편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새끼가 친다.
또한 가변성이 많은 예상 수입을 세입으로 잡았다가 빗나가면 예산에 구멍이 뚫린다.
이들 빚에 대한 이자, 구멍난 예산 등을 도민 세금 인상으로 메울 속셈이 아니라면 시정돼야 한다.
내년 세출 예산안 중 불요불급 예산을 감액시킨다면 기채 액을 확 줄일 수 있을 줄 안다.
예를 들어 공무원 국외 여비만 해도 그렇다. 내년 예산안에 올라 있는 액수가 26억800만원이라고 한다.
올해 공무원 해외 여비 9억 원의 3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어디 해외여비가 공무원들뿐인가.
단체 조직원들과 민간인들도 있다.
공무원과 이들을 포함한 국외여비를 금년 수준으로 동결하더라도 적잖은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공무원 국외 여비만이 아니다.
이른바 ‘풀 예산’이라든가, 예산 편성 기법(技法)을 십분 발휘, 이 구석 저 구석에 분산 배치해서 숨겨 놓은 중복 예산들을 감축한다면 방만하게 집행될 도민세금을 상당액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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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지구가 금융위기, 경제 위기로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욱 어렵다.
나라가 어려우니 기업도 어렵고, 가정도 힘겹고, 개인도 여간 힘들지 않다. 자치단체인 제주도라 해서 예외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명목, 저런 명분을 붙여가며 공직자들의 해외 나들이에 올해보다 3배나 많은 예산을 쓰겠다니 염치가 없다.
다른 사업 예산들 중에도 절약성이 아닌, 낭비성인 것이 적지 않다.
금융위기가 닥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낭비성 예산을 평년보다 더 줄이는 게 옳은 데, 반대로 팽창시키고 있으니 우리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솔직히 얘기하자.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감세되면서 도민들은 앞으로 재산세 등 지방세가 대폭 오를지도 모른다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이제는 이 걱정들을 덜어주기 위한 제주도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해 예산안을 바로 잡아 확정시키는 것은 심의-승인 권을 갖고 있는 도의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수입 대 지출의 대 원칙 아래 무리한 기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수입이 적으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