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돈 많은 우리나라

2008-12-01     제주타임스

요즘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과 물가는 너무 올라서 국민들은 못살겠다고 야단들이다.

 그런데다 세금까지 이 이름 저 이름 갈아 붙이며 새로 만들어 더 많이 걷어 가고 있으니 국민들의 원망 소리가 높아질 만도 하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나라들도 같이 힘들다 하니 함께 고민하면 좀 낫지 싶어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많다.

 전쟁 직후 그 어려웠던 50년대와 뒤이어 격동의 6,70년대를 보내고 IMF 외환위기까지 겪었어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잘 견디고 버티어 내었다.

그렇게 버텨 낼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믿음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가에서 금리를 내리는 처방을 서너 차례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이 너무 깊었는지 편작이 열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어디가 어떻게 병이 들었는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재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국민들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 행정부가 문제라는 것을. 환자는 국민이 아니라 정부이다.

국민들이 낸 혈세를 판단력 없이 쓸 곳 안 쓸 곳 가리지 않고 펑펑 쓰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동화책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것이 현재 우리 경제의 병이다.

 제주도만 해도 그렇다.

도 차원에서 금전적으로 보조해주고 있는 단체들과 축제들은 왜 그리 많은지, 옥석을 가려 지원 단체의 수를 절반으로 확 줄여야한다는 것이 많은 도민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요즘 제주시청 인근의 도로들은 오수관 공사로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오수관 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계획적으로 하라는 말이다.

 4, 5년 전에도 하수도 공사를 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도로를 갈아엎고 포장을 다시 하였다.

2년 후, 낡은 수도관을 교체한다고 다시 파헤치고 다시 덮었다.

그리고 현재 오수관 공사를 한다고 같은 도로를 세 번째 파헤치고 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물었다.

"이제는 다시 도로를 갈아엎을 일이 없습니까?" 했더니 공사하는 직원이 하는 말이, 1년이나 2년 후 가스관 공사를 하기 위해 다시 파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하기야 오수관 공사이든 가스관 공사이든 모두 필요한 공사임이 분명하다. 그것을 모르고 시민들이 묻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계획을 잘 세워서 일을 진행시켰으면 한 번에 할 수 있었을 일을 2년에 한 번씩 같은 도로를 파고 덮고 또 파고 다시 덮는 일을 반복하며 혈세를 낭비하니 "우리나라, 돈도 참 많다" 지나가는 시민들마다 한마디씩 안 할 수가 없다.

국가가 하는 행정이 너무 상식 밖이어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당연히 국민들은 저항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국민이 낸 혈세를 깨진 독에 물 붓듯 허투루 쓰지 말고 자기 쌈짓돈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투명하고 알뜰하게 나라 살림을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고  길  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