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귤 신뢰도 향상시킬 절호의 기회
적정 생산량에, 맛까지 사상 최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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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과 관련,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노지감귤 맛이 사상 최고란다. 생산량 또한 적정선이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이달 초 도내 노지 감귤원 409곳을 대상으로 생산 예상량과 산도(酸度)-당도(糖度) 등 품질을 조사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올해산 감귤 전체 생산예상량은 53만5000t, 평균 당도는 9.7브릭스, 산도는 0.98%, 따라서 평균 당산비(糖酸比)도 9.9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당산비 9.9는 농업기술원이 1999년 처음으로 감귤의 당도와 산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의 단 맛을 나타내는 수치다.
즉 올해의 노지 감귤 맛이 사상 최고라는 뜻이다.
농업기술원이 당-산도(糖-酸度)를 처음 측정한 이래 지난해까지 8년 동안 가장 높았던 당산비는 2004년 9.8이었다.
반면에 가장 낮았던 때는 측정 첫해인 1999년으로서 겨우 6.4에 불과했다.
나머지 다른 해들은 7.8과 8.9 사이에서 오락가락이었다.
이렇듯 연도별 당산비만 보더라도 올해산 노지감귤은 먹어보나마나 맛이 매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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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올해는 예상 생산량마저 53만5000여t으로 황금수치(黃金數値)다.
당국의 분석으로는 제주 감귤의 적정 생산량을 최저 50만t에서 최고 60만t으로 잡고 있으니 올해야 말로 이상적인 생산량이 될 것 같다.
모든 과일이 그러하듯 감귤도 맛과 생산량 간에 서로 궁합이 맞아야 한다.
올해처럼 맛도 좋고 생산량도 적정해야 유통처리가 순조로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맛과 양(量), 이들 두 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감귤 가격을 보장 받을 수가 없다.
아무리 감귤이 맛이 좋더라도 적정량을 크게 초과, 연간 100만t을 생산한다면 처리난은 물론이요, 헐값 방매가 불가피 할 것이다.
그 반대로 설사 적정량을 생산하더라도 감귤이 신맛 투성이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면 결과는 마찬가지일 터다.
그러나 올해는 맛과 생산량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뤄 냈다.
여기에는 물론 기상 조건의 덕분도 있었을 줄 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배 농가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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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 한 켠에서 솟아나는 우려를 완전 지워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적정생산량과 사상 최고의 맛에 힘입어 아직까지는 유통이 순조롭고, 가격도 좋게 형성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호사다마(好事多魔)로 이런 호조건(好條件)을 악용,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얌체족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불쾌한 일이다.
제주시 관내에서만도 올 해들어 현재까지 감귤조례 위반이 벌써 101건이라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건 보다도 2배 이상 적발 되었다니 서귀포시까지 포함하면 위반건수가 얼마나 많겠는가.
이러고서는 앞으로 감귤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 위반자들은 비상품 유통, 품질검사 기피, 강제 착색 등 별 짓을 다하고 있다.
올해와 같은 좋은 여건을 악용, 사리나 채우고 보자는 심뽀다.
그래서는 안 된다. 맛과 생산량이 궁합을 이룬 절호의 기회를 맞아 모든 도민들이 그동안 실추된 제주 감귤의 신뢰를 완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맛과 적정생산량 두 축의 궁합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다 농가-상인-선과장-작목반등 모든 감귤 관련 인사들의 양심의 회복이 더해져야 한다.
이 세 축이 모두 궁합을 이룬다면 올 한해로 제주감귤의 신뢰는 거의 회복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