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가족과 의사소통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부모와 자녀, 형제간의 사랑 및 경로효친(敬老孝親)의 전통적 윤리ㆍ도덕의 훌륭한 가치관과 건전한 민주 시민 의식을 고양하고, 글 쓰는 습관을 생활화함으로써 정서 순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새마을문고제주특별자치도지부에서 개최한 제8회 “가족사랑 편지쓰기” 작품을 심사하게 되었다.
가족은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며 행복의 원천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한 가족이 없이 행복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편지글 중에서 가족의 구성원을 잃고 난 후에 느끼는 고통을 적은 사연도 있었고 부모의 간섭이 싫었으나 막상 부모와 떨어져서 살게 되자 오래지 않아서 귀찮게 생각했던 부모의 간섭이 사랑이었다고 느끼는 사연도 있었다. 가족은 어쩌면 인간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일 것이다.
가족사랑에 대한 많은 편지글들을 읽으면서 의사소통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대화를 하면서도 상대방이 전달하려고 하는 의사가 무엇인지 주의를 기울여서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또는 형제에게 보내는 글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이 의사소통의 문제였다. 부모의 충고나 비판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수용하면서도 상반되는 언행으로 반항했던 것에 대하여 죄스러운 마음을 담고 있는 글들이 많았다. 가족 간의 불화는 많은 부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 간에는 다른 사람들 간보다는 온정이 더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는 공론영역(Public sphere)을 ‘여론과 같은 것이 형성되는 사회적 삶의 영역’으로 규정하며 이 영역에서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집회와 결사의 자유 나아가 표현과 출판의 자유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곳으로 보았다. 공론영역에서의 토론은 비판적 이성의 기준과 일치하여 진행되고, 단순히 권위에 호소하지 않으며 자유토론의 절차와 전제 조건은 의견의 정당화를 위한 기반이 된다. 진정하고 솔직한 의견교환이 화합과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론의 장처럼 가족 간에도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상대방의 의사를 이해하려고 할 때 가족의 사랑은 더 깊어 가고 온정이 흐를 것이다. 자식들이 그의 부모들에게 지난날을 돌이키며 죄송하다고 쓴 편지를 읽는다면 가슴속에서부터 감동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들이 자식이 잘나고 능력이 뛰어나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식이기에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교육도 의사소통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교육 과정에서 비판적이고 정연한 논리를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일방적이고 주입적인 교육은 퉁명스러운 사람을 만들 것이고 의사소통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에서 “내 마음 알죠. 엄마! 아빠! 사랑해요. 항상 감사해요!”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부모들이 다소 퉁명스러운 아이들을 보면서도 ‘내 자식들이 항상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자녀들이 직접적으로 부모에게 그런 표현을 하면 좀 더 분위기가 좋은 집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서 부모도 자녀들에게 “너를 믿는다. 나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집안이 훨씬 따뜻한 가정이 될 것으로 믿는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꼭 필요할 것이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