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동산 횡단보도 설치 논란

"보행권 확보해야" vs "도로구조 상 사고위험"
기관마다 의견 제각각…설치 타당성 갈피 못잡아

2008-11-10     임성준
제주국제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속칭 해태동산(7호광장) 교차로에 횡단보도 설치 여부를 놓고 보행권 확보와 오히려 사고 위험을 초래한다는 입장이 맞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이 곳은 구 제주시에서 신제주와 공항, 서부지역 방면을 잇는 왕복 6~8차로의 차량 흐름이 많은 교통 요충지이다.

하지만 4가로에 횡단보도와 보행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대로를 건너기 위해 먼 거리를 우회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보행자는 폭이 넓은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급경사 구조로 인한 차량 과속으로 보행자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시민 박모씨(32)는 "교차로에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 위한 횡단보도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보행권 확보는 물론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위해서라도 횡단보도 설치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해태동산 4가로 횡단보도 설치 타당성 문제는 지난해 부터 교통시설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로.교통 관련 유관 부서마다 제각각 의견이 다른 것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다.

교통 시설 관련 부서는 내리막길과 급커브 등 도로 구조상 횡단보도 설치가 오히려 사고 위험을 불러 일으키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데다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다며 설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녹지 관련 부서는 횡단보도를 설치하기 위해선 교통섬에 조성된 녹지 화단 일부를 없애야 한다며 녹지 확대 정책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교각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유동 인구에 비해 시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부분 횡단보도 설치 등 보행자 편의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